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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간의 결혼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다.’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Aabye Kierkegaard, 1813~1855)의 1843년 저서『저것이냐, 이것이냐(Either/Or)』라는 책에 나온다. 인간의 선택과 그에 따른 후회의 불가피성, 결혼과 같은 인생의 중요결정을 둘러싼 딜레마를 말한 것이다. 


결혼이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건강한 삶을 가져오고, 결혼한 적이 없는 남성들이 일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알려졌다. 부부 간의 상호신뢰와 격려가 건강한 삶을 생활을 가져온다. 가족, 친구, 이웃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노년층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에 비해 더 건강한 노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남자는 결혼하면 건강하게 늙는 최적의 노화를 누릴 가능성이 두 배나 높다. 최적의 노화(optimal aging)는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는 심한 신체적, 인지적, 정신적, 또는 감정적 상태가 없는 것으로 높은 행복감, 건강한 신체, 그리고 건전한 정신 건강을 가진 것을 말한다. 여자는 결혼여부와는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사별이나 이혼을 경험한 여자보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최적의 노화를 더 경험한다. 사별이나 이별은 큰 충격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https://journals.sagepub.com/doi/10.1177/00208728241267791


2014년에 영화「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가 개봉되었다. 노부부의 애틋하고 정겨운 여생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산골 노부부의 삶을 오랫동안 카메라에 담은 영화로 사별장면까지 가식 없이 보여준다. 노부부가 잔잔하고 조용하고 편안하게 생활하며 나직한 목소리로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모습은 동화속의 아이들 같이 순수하고 아름답다. 마침내 강을 건너가 버린 남편의 무덤을 바라보며 목 놓아 우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물이 난다(인터뷰365, 2015.1.7.). 76년간 처음 만난 연애하듯 사랑해온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가 강원도 횡성의 작은 마을에서 함께하는 마지막 1년 4개월의 영화이다. 부부가 나누는 사랑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따른다(한국일보, 201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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