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가혹한 환경 다양한 진화

기원전 12만3000년부터 유럽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초식 곰(학명 Ursus spelaeus)은 마지막 빙하기(11만~1만2천 년 전)에 사라졌다. 그런데 이들 곰의 이빨 화석에서 거친 음식을 먹어 마모된 흔적이 발견되었다. 곰이 초식을 시작한 것은 50만 년 전으로 초식으로 살아온 기간이 50만 년 동안 계속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들은 빙하기의 추위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하였다. 


반면 빙하기(11만~1만2천 년 전)에 살아남은 종의 하나는 알프스 고원에 살고 있는 알프스마못(Alpine Marmot)이다. 야생 포유류 가운데 유전적 다양성이 가장 작은 편이다. 가혹한 기후의 빙하기 때 적응을 하는 과정에서 유전적 다양성을 상실한 것이다. 기후 관련 적응은 빙하기(11만~11만5천 년 전) 초기에 플라이스토세(홍적세) 평원에서 군집을 이루고 살 때와 빙하기 말기(1만~1만5천 년 전) 플라이스토세 평원이 사라질 무렵 일어났다. 이후 알프스 고원의 초원에서 서식하고 있는데, 기온이 플라이스토세 평원 서식지와 비슷하다. 플라이스토세 평원의 추운 날씨에 적응하여 살면서 세대시간(탄생해서 번식이 가능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유전적 돌연변이 비율이 감소했다. 기후변화가 종의 유전적 다양성에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전적 다양성의 결핍은 자연 변화에 대한 적응력 감소를 가져오고 환경 변화에 취약하게 만든다. 빙하기를 겪으면 살아남은 고산지대의 다른 동물도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져서 심각한 환경변화가 오면 멸종될지도 모를 일이다.


가혹한 환경이 진화의 방향에 미치는 영향은 단선적이지 않다. 식물은 가혹한 건조지역에서 더 다양하다. 건조한 지역에 사는 식물은 덜 건조한 곳에서 자란 식물보다 다양성이 거의 90% 높다. 건조하여 식물이 적게 살아 서로 상호 작용을 할 기회가 적은 환경에서 오히려 다양한 식물이 산다. 가혹한 환경에서 오히려 식물의 다양성이 증가한 것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731-3



온난화로 지구환경이 가혹해지고 있다.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어떤 합의도 실행하지 못하고 매년 지구온도는 급격이 올라가고 있다. 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바이러스의 창궐을 경고했음에도 코로나19가 터졌듯이 또 어떤 일이 닥칠지는 알 수가 없다. 인간이 멸종으로 갈지, 다양성이 떨어질지, 다양성이 커질지 그 진화의 방향을 예측은커녕 당장 생존 문제가 급하다. 어쩌면 코로나19는 그나마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도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 유전자 중 8%는 바이러스 유전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