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치매로부터의 탈출


치매는 비극이다. 인간존엄성이 완전히 상실될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고통도 심각하다. 때로는 온화했던 부모가 갑자기 폭력적으로 바뀐다. 최근 기억을 전혀 못하기도 한다. 자식도 못 알아보기도 한다. 그래서 존엄사의 이슈도 제기된다. 치매는 유전적인 요인도 많다. 우리는 유전자를 바꿀 수가 없다. 다만 노력하여 탈출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을 비극으로 끝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운동은 치매뿐만 아니라 만병통치약


우선 치매를 예방하려면 꾸준하게 운동을 하여야 한다. 치매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운동을 열심히 하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발병 위험을 3분의 1 정도 낮출 수 있다. 선천적으로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도, 후천적 노력에 따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유전적으로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이라도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32% 감소한다. 이 연구는 백인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고 수면이나 공해 같은 환경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지만 중요한 정보이다. 과학자들은 특히 운동에서 치매를 막을 길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18년에도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운동을 하면 뇌에서 특정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인지기능을 호전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치매로부터 벗어나는 수면


또 하나는 잠을 잘 자야 한다. 잠자는 습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고도 멀쩡하게 산다. 반면 하루에 10시간씩 자지 않으면 못 버티는 사람도 있다. 유전적인 요인도 많지만 생활습관 같은 후천적인 요인도 있다. 잠을 자면 뇌 안을 청소한다고 한다. 그래서 잠을 잘못자면 학습장애도 나타나고 치매에도 악영향을 준다.

하룻밤만 잠을 못 자도 뇌에는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뇌 단백질이 급증한다. 하루 7~9시간을 자는 건강하고 정상 체중의 20대 남성 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한 결과이다. 이틀 동안 충분히 잔 경우와 하루는 정상대로 수면을 취하고, 그 다음 하루는 밤을 꼬박 새우게 한 경우를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밤을 꼬박 새운 다음날은 치매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두 가지 단백질 중 하나인 타우(tau)가 17%나 급증했다. 정상적인 수면을 취한 다음날에는 타우 단백질이 2%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수면 부족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연구에 의하면 중년 이후 노년기에 수면시간 변화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10년 이하 추적 관찰을 근거로 한 것이다. 치매가 20년 이상의 변화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좀 더 긴 기간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2021년 영국인 약 8000명을 30년 동안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50~60대에 수면시간이 하루 6시간 이하인 사람과 하루 7시간인 사람을 비교한 결과 전자의 사람이 치매 발병 위험이 1.3배 높았다. 50~60대에 하루 6시간 이하로 잠을 자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0% 높아진다는 연구결과이다. 수면시간과 치매 사이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혀낸 것은 아니지만 수면시간과 치매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이다. 과거 연구에 의하면 장시간 수면이 치매와 연관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8시간 이상 긴 시간을 잔 사람들과 치매 발생 상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나 노인성 치매 환자는 수면장애 등이 나타난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뇌의 시상하부와 뇌간이 영향을 받아 수면 조절장애가 일어나 생긴다고 보았다.

잠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한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뇌의 생체시계는 인간이 24시간 주기에 맞춰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밤 9~10시가 되면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유도한다. 1995년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등은 특정 단백질(clock gene period)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 24시간 생체주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공로로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12시간동안 세포질에 축적된 이 단백질이 세포핵 안으로 들어간 다음, 스스로 메신저 RNA 전사를 억제해 향후 12시간동안 이 단백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12-12 루프(순환) 과정이다. 하지만 수천 개의 이 단백질이 어떻게 핵 안으로 일정한 시간에 들어가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었다.

나이가 들면 밤에 잠이 잘 안 오고, 잠들어도 곧 깨는 경우가 많다. 노화에 따라 생체 수면 사이클이 교란됐기 때문이다. 그 원인이 밝혀졌다. 세포 내 분자이동을 방해하는 ‘세포질 혼잡’이 불안정한 수면 사이클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세포질 혼잡은 비만, 치매, 노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결국 비만이나 노화가 생체시계를 11시간 10시간이나 13시간 12시간 등으로 무작위하게 바꾼다.

나이가 들면 모든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정상으로부터 멀어진다. 뇌도 노화되면서 잠을 자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것은 다시 치매로 이어진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제한적이지만 몇 가지가 있다. 인간의 생체리듬은 태양 빛에 의존한다. 낮에는 야외활동 특히 운동을 많이 하고 밤에는 가급적 늦게 까지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식사시간과 침대로 들어가는 시간이 규칙적이어야 한다. 그 방법은 단순하지만 노년의 삶과 직결된다. 치매는 비극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지중해식 식단으로


먹는 것도 중요하다. 지중해식 식단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나왔다. 지중해식 식단이란 주로 채소나 과일, 저지방 유제품, 생선 등으로 구성된 식단이다. 불포화 지방산을 많이 섭취하고 포화 지방산 섭취는 제한하는 것이다.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주로 먹는 식단에서 차용한 것으로,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채식과 단백질 위주의 지중해식 식단이 기억 상실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지중해식 식단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을 막아 기억력 저하 방지와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지중해식 식단과 다른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은 뇌에 단백질 축적 정도가 더욱 심하다. 뇌 신경세포는 그 주변에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라는 단백질이 엉겨 붙어 덩어리가 지면 괴사한다. 이로 인하여 기억력이나 언어 능력, 판단력 등이 떨어진다. 치매도 발생한다. 뇌에 단백질 축적 정도가 높다는 것은 치매로 갈 수 있는 위험이 커짐을 의미한다. 이들은 뇌의 노화도 빠르고 기억력도 떨어진다. 지중해식 식단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두 단백질의 증식을 방해함으로써 기억 상실과 치매 예방을 낮춘다.

인생의 마지막을 비극으로 끝내는 것은 끔찍하다. 자연을 가까이하는 운동을 많이 하여 삶을 풍요롭게 만들자. 밤에는 적당하게만 음주를 하고 음식을 잘 가려서 맛있게 먹어보자. 치매를 벗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니 그것이 인간의 의지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자유의지로 자신의 성을 결정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