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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May 22. 2021

배우자선택의 진화론: 구애활동 종합세트 인간


사람들은 보통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을 기피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유전자와 뇌에 의하여 작동된다는 생각을 싫어하고 알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피한다고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진실을 받아들이는 삶이 진실한 삶으로 이끈다.


동물이 짝을 찾는 방식은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이어져왔고 시대를 이어가며 반복되고 또 수정되었다. 그 흔적은 우리 인간에게도 남아있다. 그야말로 구애와 배우선택에서 종합세트라고 할 만큼 다양한 방식을 발현한다. 여기서는 다양한 동물의 배우자선택 또는 성 선택과 인간의 배우자선택을 보려고 한다.


암컷 곤충을 흉내 내어 수컷 곤충(하늘소)을 유인하는 난초(Disa forficaria)가 발견됐다. 이 꽃이 필 때 한 마리 하늘소가 꽃 위로 날아와 짝짓기 행동을 하는 것이 관찰된 것이다. 난초의 꽃이 암컷 하늘소처럼 생겼다. 이 난초는 성호르몬인 페로몬을 뿜어낸다. 수컷 곤충이 암컷인 줄 알고 짝짓기를 시도하다가 몸에 꽃가루 덩어리가 묻은 채 다른 꽃으로 날아가면 몸에 묻어 있던 꽃가루덩어리가 옮겨진다. 식물은 보통 벌을 유혹하는데, 하늘소를 유인해 가루받이하는 난은 매우 드물다. 식물은 동물을 이용하여 후세를 이어간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선택에 의한 기제이다. 


식물은 다양한 색과 냄새로 벌을 유혹한다. 하지만 파란색 끝은 매우 드물다. 그런데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은 식물형질데이터베이스에 수집된 1만 437종의 식물 중 파란색 꽃은 772종(7%)으로 적다. 꽃이 파란색을 내기 위한 방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꽃을 파랗게 만드는 안토시아닌 색소 분자는 육각형 고리가 3개 이어진 형태이다. 이 고리에 어떤 물질이 붙느냐에 따라 파랑, 보라, 빨강이 된다. 안토시아닌 6개가 동시에 금속 이온과 만나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야 파란색을 띠는데 주변 온도, 자외선의 세기, 토양의 산성도에 영향을 받는다. 척박한 환경에서 사는 식물에 파란색 꽃이 많다. 히말라야처럼 높은 산악 지역은 화분매개자가 적어 이들을 효과적으로 유혹하기 위해 파란색을 띠는 것으로 보인다. 척박한 환경에서는 토양의 산성도로 인해 파란색을 띠었을 수도 있다. 생명의 복제방식은 환경이 큰 영햐을 주었다.


새들의 구애활동은 다양하다. 공작은 화려한 꼬리나 깃털로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멋진 사랑의 노래로 암컷을 유혹하는 새도 있다. 특히, 수컷 흰목휘파람새는 다양한 노래를 좋아하는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최신 노래를 부른다. 흰목휘파람새의 노랫소리가 20년 동안 캐나다 전역으로 유행처럼 번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90년대 로키산맥의 서쪽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흰목휘파람새의 노랫소리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흰목휘파람새는 보통 3음절의 노래를 부르는데 이곳 흰목휘파람새는 2음절의 새로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20년간 녹음한 1785건의 흰목휘파람새 노랫소리를 분석했더니 2음절의 노랫소리는 로키산맥을 넘어 캐나다 전역에서 나왔다. 북미의 서부지역에 거주하는 새들의 월동 지와 동부 지역 새들의 겨울 서식지가 겹친다. 각 지역에서 번식하는 새들이 함께 겨울을 보내며 노래를 배운 것으로 추측한다. 흰목휘파람새는 다양한 노래를 부르는 수컷을 좋아한다. 인간도 노래와 음악으로 상대방을 유혹하기도 한다. 특히 신곡은 매력적이다. 물론 인감에게 음악은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구애행위로 춤도 춘다. 에콰도르 열대우림에 사는 유리개구리(Sachatamia orejuela)는 유혹하기 위해 춤을 춘다. 이 개구리는 소리를 내며 앞발과 뒷발을 반복해 들어 올리고, 머리를 흔든다. 개구리는 원래 노래로 구애를 한다. 봄여름에 특히 밤에 개구리들의 합창소리는 정말로 크다. 일부 개구리 종도 시끄러운 환경에서 시각적인 의사소통을 한다. 도롱뇽 암컷도 꼬리를 흔들면 수컷 도롱뇽이 다가와 짝짓기를 한다. 하지만 유리개구리 같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도 춤을 추며 즐긴다. 때로는 유혹의 수단도 된다.


독으로 구애하는 동물도 있다. 박쥐 전체 종의 10%는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냄새를 풍긴다. ‘나쁜’ 인간은 이상한 약을 음료에 타서 불온한 욕정에 몰입한다. 남자건 여자건 인공적인 향수를 사용한다. 딱정벌레목 홍날개과의 곤충인 홍날개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칸타리딘(cantharidin)’이라는 독을 선물한다. 독을 받은 암컷은 알 속에 칸타리딘을 넣어 천적으로부터 알을 보호한다.


영장류와 포유동물은 복잡하다. 200종 이상의 영장류와 4000여 종의 포유동물은 예외 없이 암컷이 임신과 양육의 짐을 짊어진다. 단 한 번의 성관계로 엄청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자를 까다롭게 고른다. 자신에게 많은 경제적 ‘자원’을 가져다주거나 육체적이고 정신적으로 보호해주고,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는 남성이 필요했다. 바람 끼 역시 없어야 한다.


남성은 자신의 아이를 건강하게 낳고 잘 키울 수 있는 여성을 선택해야만 했다. 젊음과 건강을 나타내는 신호인 깨끗한 피부, 두툼한 입술, 대칭적인 얼굴 등을 선호했다. 또 하나 대표적인 단서가 허리 대 엉덩이 비율이다. 남성들은 이 비율이 낮을수록, 즉 허리와 비교했을 때 엉덩이가 더 클수록 자기도 모르게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이 비율이 낮을수록 당뇨, 고혈압, 심장마비 등에 걸릴 확률이 떨어질 뿐 아니라 임신 성공률을 예측하는 데 지표가 되는 난소 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소포호르몬) 수치가 높다. 남성의 미 기준은 이런 단서를 포착하도록 진화했다고 설명된다.


미국에서 1939년과 1956년, 1967년, 1980년대 등 시대별로 이뤄진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여성들은 배우자를 택할 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을 선택했다. 남성이 원하는 배우자 조건과 비교했을 때 여성이 경제조건에 주는 점수는 2배 이상 높았다. 거꾸로 남성은 외모였다. 미국에서 1939년부터 1996년까지 57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미모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국과 유럽, 호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줄루족 등 6개 대륙 5개 섬의 37개 문화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연구결과도 같다. 1만여 명이 참가한 이 실험에서 여성은 남성과 비교했을 때 경제적 전망을 중요하게 여겼다. 반면에 남성은 여성의 육체적인 미와 매력, 나이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논문이 사람의 짝짓기 심리가 진화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최초의 광범위한 비교 문화적 증거를 제공한다. 그러나 모든 문화에서 사랑을 중요시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배우자로 선택 가능한 조건 18가지 중 여성은 3점 만점에 사랑에 2.87점을, 남성은 2.81점을 매겨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특성임이 입증됐다. 애정으로 연결된 관계는 삶에 가장 심오한 만족을 가져다주며 이것이 없는 삶은 공허하다는 것이다.


사실 위주로 사랑을 기술했다. 언젠가 좀 더 ‘인간적인’ 사랑 얘기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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