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남자와 여자의 코로나19 운명 차이


여자는 남자보다 더 강한 면역 체계를 가지고 있어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다. 암에 걸릴 위험도 더 적으며,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저항력도 더 강하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들보다 6~8년 정도 더 긴 이유 중 하나이다. 


2019년 말 발발한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은 여성과 남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 증세에 있어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더 취약하다. 예멘,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태국, 파키스탄 등의 국가에서는 전체 코로나19 사망자 중 70% 이상이 남성이다. 누적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미국, 브라질, 인도 등의 국가에서도 남성 사망 비율이 훨씬 더 높다.


여자의 치명률이 남자보다 낮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제기된다. 생활 방식에 대한 차이에서부터 여성들은 X염색체가 2개이므로 X염색체 연계 질환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성호르몬의 차이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여성의 성호르몬이 코로나19가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여성 호르몬이 많은 임산부의 경우 임신하지 않은 여성보다 사망할 확률이 훨씬 더 적었다. 이에 비해 남자의 성호르몬은 코로나19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남성 노년층이 같은 연령대의 여성보다 두 배는 더 심하게 앓고 치사율도 높다. 면역세포인 T세포는 바이러스를 파괴해 감염과 전이를 막는다. 여자는 남자보다 T세포를 더 많이 생산한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 T세포 반응이 약해지지만 여성은 90세가 돼도 여전히 면역반응이 잘 나타난다. 나이 든 남자는 T세포가 약해 코로나에 걸리면 여자보다 더 증세가 심하다. 남성은 사이토카인 수치도 여성보다 높았다. 면역 단백질인 사이토카인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장기에 치명적인 염증을 유발한다.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면서 목숨까지 앗아가는 사례가 자주 발견됐는데,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이다. 이러한 차이는 여자가 남자보다 자가 면역질환에 더 잘 걸린다는 사실과도 들어맞는다. 자가 면역질환은 인체 면역체계가 정상세포를 외부 침입자로 오인해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과학자들은 출산해야 하는 여성은 2세를 보호하기 위해 병원체와 싸우는 면역반응을 더 강하고 빠르게 발달시켰다고 본다. 하지만 면역체계가 계속 긴장상태에 있으면 자가 면역질환과 같은 부작용을 낳는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테스토스테론이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혈액 속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들일수록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더 심각한 증상을 보인다. 143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들의 경우 질병의 심각도와 호르몬 수치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남성들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질병의 심각도 사이에 연관성이 높았다. 수치가 가장 낮은 남성은 집중 치료가 필요하거나 사망 위험이 높았다. 이 연구를 하는 동안 37명의 환자가 사망했는데, 그중 25명이 남성이었다. 고령화, 비만, 당뇨병 등 코로나19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요소들도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관련이 있다. 또한 코로나19에 걸리는 남성은 전반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연구결과는 문제점이 있다. 성인 남자의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0.1ℓ당 250ng 이하이면 수치가 낮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코로나19 입원 환자 중 증상이 덜 심각한 남성의 평균 혈중 테스토스테론도 151ng밖에 되지 않았다. 심각한 코로나19로 인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하락했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낮은 수준의 테스토스테론이 더 심각한 코로나19를 유발하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들 환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코로나19에 걸리기 전에는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은 테스토스테론이 심각한 코로나19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못한 셈이다. 아무튼 코로나19에 걸린 남성을 위한 치료제로 테스토스테론을 차단하거나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증가시키는 등의 호르몬 치료법을 연구 중인 임상실험의 경우 주의를 요한다.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networkopen/fullarticle/2780135


매거진의 이전글 배우자선택의 진화론: 구애활동 종합세트 인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