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바의 수?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영장류는 다른 동물에 비하여 사회적인 동물이다. 영장류의 사회성은 단순히 뇌의 크기가 아니라 뇌의 신 피질과 관련이 있다. 신 피질이 커지면서 사회성이 커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소개된 리버풀 대학의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1990년대 영장류의 집단크기와 신 피질의 부피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즉 1992년 영장류를 연구하여 신 피질의 크기가 유기체의 정보처리 능력을 제한해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관계의 수를 제한한다는 주장을 했다. 즉, 영장류 뇌에 있는 신 피질의 양이 그들의 사회집단 크기에 대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집단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신 피질이 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커진다는 것이다. 신 피질이 커지면 뇌가 커지고 지능도 좋다.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려면 지능이 좋아야 한다. 로빈 던바는 영장류가 털 고르기를 하는 시간과 집단의 크기도 서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로빈 던바 교수는 이 이론을 인간에게 확장해 인간이 사회적 관계로 관리할 수 있는 인맥의 최대치는 150명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호주나 뉴기니 등지에 거주하는 원시부족 형태 마을의 구성원 수가 평균 150명 내외라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이것이 150이란 ‘던바의 수(Dunbar’s number)’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것은 인간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고어텍스로 유명한 미국의 고어 사는 공장의 조직 단위를 150명으로 제한해 운영한다. 창업자 빌 고어는 150명이 넘게 되면 일이 서툴러지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2007년 스웨덴 국세청은 150명 내에서 일하도록 사무실을 개편했다.


초기 인류는 평균 148명으로 집단을 이루고 살아 하루의 거의 반을 털 고르기에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먹고살 수가 없다. 결국 하루 시간 중 30% 이상을 털 고르기를 해야 하는 때에 언어가 탄생했으니 그것이 나타난 시기가 약 20~30만 년 전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많은 주목을 받았고 중요한 인류학 가설이 되었다.


그러나 2021년 던바의 수에 대하여 반박논문이 발표되었다. 인간 집단의 크기에 대한 인지적 제한이 던바의 수와 같은 방식으로는 도출될 수 없다는 반박이다. 안정적인 인간 집단의 크기는 150명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 최대 42명이 개인의 평균 한도가 될 수 있고 70~107명이 될 수도 있다. 500명이 넘을 수도 있다. 즉, 던바의 수가 150명보다 훨씬 적거나 훨씬 많을 수 있어 추정치는 2~520명이다. 던바의 수는 인간이 아닌 영장류에서 신 피질의 상대적 크기와 집단 크기 사이의 상관관계를 추론한 것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데 비인간 영장류의 뇌는 인간의 뇌처럼 정확하게 정보를 처리하지 못한다. 영장류의 사회성은 주로 먹는 음식과 포식자가 누구인지 등과 같은 요인에 의해 설명된다. 던바의 수는 인간과 비인간 영장류 간 뇌 생리학의 다른 중요한 차이점을 무시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사회성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 인간의 독특함, 경험적 관찰 등을 고려하면 던바의 수와 같은 고정된 숫자를 제시할 수 없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 접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bl.2021.0158


던바의 수가 얼마인가보다는 신 피질과 사회성 그리고 지능과의 관련성이 더 중요하다. 초기 인류는 다른 어느 영장류보다 더 큰 공동체에서 생활하였으며, 신 피질이 뇌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다른 영장류보다 훨씬 커졌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신 피질이 커졌고, 이에 따라 뇌가 커지면 지능이 좋아졌다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진화과정에서 뇌의 발달이 영장류나 유인원은 빨랐고 다른 포유류는 느리게 성장했다는 사실은 뇌와 지능의 발달이 공동체생활과 관련이 있음을 방증한다. 또한 사회적 무리의 평균 크기와 뇌 크기의 상관관계도 밝혀지면서 사회적 뇌 가설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집단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신 피질이 크고 지능도 좋다. 공동체 또는 집단의 크기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집단 크기’는 종마다 다르다. 이러한 친구관계 집단의 크기는 뇌와 신 피질과의 비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침팬지는 보통 50~80마리 정도까지 동료 관계를 이룰 수 있지만 인간은 최대 500명까지 관계를 가질 수 있다. 신 피질은 인간의 지적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인간의 사회적 복잡성이 뇌 신 피질을 크게 하고 지적능력이 좋아진 것이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가 연결된 ‘글로벌’ 사회로까지 연결망이 커졌다. 나중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할 것이지만 신 피질은 지능뿐만 아니라 학습과정에도 중요하다. 장기기억과 관련이 되고 학습 동기부여와도 관련된다.


던바의 수의 크기에 관한 여러 가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반증이 있으며 인간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오랑우탄은 거의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데도 뇌가 크다. 일부 원숭이는 뇌가 작고 지능도 낮은데도 복잡한 사회생활을 한다. 따라서 모든 영장류가 같은 방향으로 진화한 것은 아니다. 또한 천재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는 인간의 지능이 사회성만을 위하여 진화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학문적인 호기심과 관련된 지능은 사회성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된 것이다. 따라서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며 다른 교육이 필요함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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