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똑똑해지길 바란다면 동화를 얘기해줘라. 아이가 더 똑똑해지길 바란다면 동화를 더 많이 얘기해줘라.
If you want your children to be intelligent, read them fairy tales. If you want them to be more intelligent, read them more fairy tales.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9세기 말 경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의 25% 이상이 다섯 살이 되기 전에 목숨을 잃었다. 지금처럼 항생제도 없었고 백신도 없었다. 물을 소독한다는 생각도 우유를 살균해야 한다는 개념도 없어 전염병은 아이들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 태어난 아이들의 생존율을 높여준 것은 과학이었다. 질병과 미생물의 관계를 밝혀낸 루이 파스퇴르, 종두법을 발견한 에드워드 제너,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 같은 과학자 덕분에 세상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병원체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병원체가 감염된 환자는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지 못하도록 격리시켰다. 그래서 20세기 초에는 소독된 물건으로 둘러싸인 병실은 의학의 이상이 되었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도 질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격리되었다. 보호시설에서도 아이들을 혼자 지내도록 했다. 미숙아들도 격리시켜 배고플 때 젖병만 물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기가 운다고 어루만지고 안아주고 응석을 받아주는 모성은 비과학적인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오류가 드러났다. 양차대전을 겪으면서 유럽의 병원과 고아원에는 영유아들이 수용되었다. 그런데 2차 대전이 끝날 무렵 병원에 있는 아이들과 전쟁으로 부모와 격리된 아이들에게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아이들은 잘 움직이지 않아 조용했고, 밥도 잘 먹지 않았고 잘 웃지도 않았다. 종종 고열이 나도 어떤 약을 처방해도 낫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부모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가자 열은 씻은 듯 내렸다. 또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있는 경우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확률이 크게 줄었다. 20세기 중반이 되도록 인간은 자신을 잘 몰랐다.
1950년대 원숭이 실험으로 그 원인이 밝혀졌다. 원숭이 우리 안에 깔아놓은 하얀 천의 기저귀에 원숭이 새끼들이 필사적으로 달라붙어 있는 것이 관찰되었다. 원숭이들이 단지 뭔가 붙들 것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부드러운 감촉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확인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원숭이를 대상으로 철사나 나무 조각처럼 단단한 물건과 두툼한 헝겊 뭉치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하나는 철사로 된 몸통에 우유 통이 달려 있고, 다른 하나는 부드러운 담요로 몸통을 덮었다. 그러자 새끼 원숭이는 우유를 먹기 위해 철사 ‘어미’에게 갔다. 하지만 우유를 먹고 나자 재빨리 담요로 덮인 ‘대리 어미’에게로 갔다. 그리고 하루 종일 부드러운 천으로 덮인 어미에게만 붙어있었다. 새끼 원숭이는 먹을 것을 주는 ‘철사 어미’와 아무런 관계도 형성하지 않았다. 이것을 ‘접촉 위안(contact comfort)’이라고 불렀다. 아기가 엄마를 찾는 것은 단지 젖을 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부모를 통해 감정을 느끼고 안정감을 얻는 것이다.
어미와 새끼의 교감여부는 심지어는 유전자에도 영향을 준다. 생쥐를 대상으로 어미와 새끼와의 친근감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세심한 보호를 받은 생쥐의 해마에서 특정유전자(L1 유전자)의 발현이 적게 나타나고 두뇌의 유전적 다양성이 더 풍부한 것이 발견되었다. 이 특정유전자는 점프유전자라고 불리는데 유전정보를 이동시킨다. 제대로 돌보지 않은 새끼의 해마에서는 복사된 점프유전자가 더 많이 발견됐다. 이 유전자가 많이 나타나면 똑같은 유전자가 복사돼 여러 곳에 붙여 넣어짐으로써 뇌 구조나 뇌신경회로가 단순해진다. DNA는 안정적이며 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로 DNA도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됐다. 이 유전자는 설치류의 뇌에서 활발하게 나타나서 적게 나타나는 사람에게 직접 연관시켜 이해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분명 시사점은 있다.
지금은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사랑의 중요성은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며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태어났을 때 먹을 것은 잘 주면서 부모의 스킨십 없이 키운 원숭이도 자라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확인되었다. 어릴 때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고아원에서 오래 지낼수록 지능은 크게 떨어진다. 또한 이들 대부분은 애착과 과잉행동, 대인관계 등에서 문제를 가진다.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면 지능뿐만 아니라 정서를 담당하는 뇌 부위까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유아기 때 행복하지 않은 아이는 IQ가 덜 발달하고 학업 성적이 좋지 않다. 100여 가정을 대상으로 20여 년 동안 동일한 집단을 관찰한 결과이다. 부모가 긍정적인 감정을 자주 표현하여 행복했던 유아기를 보낸 아이일수록 아동기의 IQ 지수가 더 많이 증가하고,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1986~1987년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 시에서 저소득층 유아 중 성장이 늦은 아이 129명에 대하여 연구한 결과를 보자. 네 그룹으로 나누어 첫째 그룹은 심리적 격려를, 둘째 그룹은 영양 보조를, 셋째 그룹은 심리적 격려와 영양 보조 모두를, 그리고 마지막 그룹은 아무런 처방도 받지 않았다. 심리적 격려란 사회복지사가 매주 한 시간씩 방문해 ‘단지’ 엄마가 아이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2년간 이를 진행한 후 약 20년 후 아이들이 22세가 되었을 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심리적 격려 처방을 받은 그룹은 그러지 않은 그룹에 비해 소득이 약 40% 더 높았다. 반면, 영양 보조를 받은 그룹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먹는 것보다는 대화가 중요하다는 연구결과이다. 부모가 잘 사는 것 자체보다 얼마나 대화를 하고 사랑을 해주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여기서 엄마가 단지 자녀와 대화만 하더라도 달라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소득을 연결시킨 것은 생뚱맞아 보이지만 경제적으로 잘사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가족의 대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가족식사이다. ‘식구’라는 단어의 ‘식’은 식사를 뜻한다. 밥을 같이 먹는 것이 가족이다. 가족 식사는 아이들의 어휘 능력 개발에 특별히 중요하다. 아이가 배우는 2000개의 단어 중 책에서 얻는 단어는 140여개인 반면, 가족 식사로 얻는 단어는 무려 1000여개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가족들이 함께하는 식사만으로도 아이들의 지능이 좋아지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결과가 입증했다.
미국인 42개 가정을 부유한 전문직업인 가정, 일반 근로자 가정, 사회복지보조금 수혜 가정의 세 그룹으로 나누어 연구한 결과가 있다. 자녀들이 생후 7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만 3세가 될 때까지 2년6개월간 매달 한 번씩 각 가정을 방문해 한 시간씩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의 내용을 모두 녹음했다. 이에 의하면 전문직업인 가정 자녀는 시간당 평균 2100단어, 일반 근로자 가정은 약 1200단어, 생활보장을 받은 가정은 약 600단어를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3세가 될 때까지 가난한 집 아이는 부유한 계층의 아이보다 총 3200만 단어를 덜 듣는다. 이 연구결과를 기초로 미국의 많은 도시에서는 저소득층 부모가 어린 자녀와 더 자주, 더 다양한 어휘를 써가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런데 1995년의 이 연구를 재현한 결과 다른 의견이 나왔다. 아이가 부모와의 대화에서 듣게 되는 단어 수나 어휘의 다양성은 부유한 가정이나 가난한 가정이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가 주변 사람의 이야기까지 포함할 경우 저소득층 아이가 더 다양한 말을 듣게 된다.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주변친지를 포함한 여러 사람이 아이를 함께 돌보는 사례가 많고, 관련된 형제자매가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은 단순히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교감’이다. 가족들과 대화를 통해서 사랑을 느끼며 자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아이는 어른과 대화를 많이 할수록 지능과 언어 능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성인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성장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지능지수 및 언어 이해력, 단어 표현 능력 등이 14~27% 높다. 그 밖에도 대화를 많이 하면서 키운 아이들일수록 수학과 과학 성적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래서 가정환경이 중요하다. 어려서부터 지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지적인 직업을 가지게 됨은 자연스럽다. 자녀를 잘 키우려면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을 많이 읽고 자녀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화의 방식도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일방적인 지시 같은 대화나 훈계나 잔소리는 안 된다. 일방통행 식 대화보다는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두뇌 및 언어능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 아동과 주고받는 대화는 두뇌 활성화 및 성취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주고받는 대화가 적은 고소득층 아이의 경우 언어능력 및 두뇌 반응에서 성취도가 낮게 나타난 반면 주고받는 대화가 많은 저소득층 아이는 성취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경제력과는 관계없이 대화의 방식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녀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OECD 평균이 하루 2~3시간인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1시간도 되지 않는다. 대화를 한다 해도 ‘공부해라’ 잔소리가 많다. 부모는 말하지 말고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