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와 뇌 암 발생, 결론은 났지만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가 전자파를 인체에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휴대폰 과도한 사용으로 전자파에 노출된 사람은 악성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종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사용’이란 ‘10년 동안 매일 30분씩 한 쪽 귀로 사용했을 때’를 말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휴대전화 전자파의 발암 등급을 ‘2B’로 분류했다. ‘2B’에는 피클, 김치와 같은 절인 채소와 젓갈 등도 포함된다. 일부 뇌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한된 사례 연구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전자파를 확실한 발암 물질로 규정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휴대전화에서 방출되는 무선 주파수 에너지가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휴대폰 전자파를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휴대전화 사용과 암 발생률 사이의 상관관계도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졌다. 초기 연구들은 뇌 암 환자들이 직접 밝힌 휴대폰 이용 시간과 뇌 암에 걸리지 않은 그룹의 휴대폰 이용 시간을 단순 비교하였다. 이런 연구에는 뇌 암에 걸린 환자들이 휴대폰 이용 시간을 부풀리는 등 편향된 답변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맹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어왔다.
202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1994년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전자파 노출과 뇌 암 발병 간의 연관성 연구 5000여건을 검토해 그중 63건을 최종 분석했다. 그 결과 휴대폰 이용과 뇌 암 발병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10년 이상 전자파에 노출되거나, 휴대폰 사용이 많아도 뇌 암 발병 위험은 증가하지 않는다. 라디오, TV 송신기, 휴대폰 기지국에서 발생한 전자파도 마찬가지이다.
https://doi.org/10.1016/j.envint.2024.108983
그러나 여전히 산업계의 ‘로비’로 인한 문제점은 의문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과거에도 산업계와 로비로 왜곡된 연구와 허위사실이 수십 년 동안 사실인 것처럼 둔갑된 일이 많았다. 휴대전화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지지부진해 온 것도 의심스럽다. 그동안 휴대전화 전자파 노출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던 것은 미국 정부가 1990년대에 해당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미국 통신업계가 미국 정부에 연간 1억 달러에 달하는 로비를 벌이며 관련 연구가 이어질 수 없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인간의 생존번식 본능은 막을 수가 없다. 그렇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