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재들은 영어도 잘하고 골프도 잘하고 지식도 뛰어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자신의 일과 관련된 분야 이외엔 별로 관심이 없다. 이러한 한국인의 특징은 국제거래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한다. 국제거래에서 외국기업인과 만남은 대화가 길게 지속되고, 여러 차례 식사도 함께하며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신뢰를 쌓고 결정을 내린다. 물론 법률적인 측면, 상품의 경쟁력과 거래조건 등에 대한 협상도 이루어진다. 그러나 거래를 위한 오랜 대화는 국제 정치, 역사, 예술, 취미 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개되지만 한국인은 대화에 어려움을 느낀다. 실제로 상품, 골프 이야기만 반복하는 한국기업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떤 외국기업에서 한국지사장을 뽑는 면접에서 영시(英詩)를 격조 있게 암송하여 발탁된 경우도 있다.
현대사회는 스페셜리스트, 즉 전문가만을 요구하는 세상이다. 제너럴리스트(교육받은 종합지식인)가 된다 하더라도 자신의 역량을 써먹을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다. 아니 먹고사는 문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학은 경영학, 경제학 같은 단순한 분야까지 더 쪼개 분과시키고 있다. 결국 학생은 하나를 제외하고 모든 관심을 끊어야 하는 처지에까지 몰린다. 당장 학점을 따야하고 학점은 대부분 전공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00년 사이 ‘전문가' 개념이 ‘교육받은 종합지식인'의 자리를 빼앗은 결과이다. 폭이 좁고 지나치게 전문화된 지식은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는데 필요한 통찰력과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면이 있다고 주장을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그런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교양지식 등의 운운은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을 놀아본 경험이 없다면 함부로 얘기할 문제는 아니다(전남일보, 2014.9.15. 편집).
그러나 미래학자들은 현재 학생들은 직업을 평생 7번 정도 바꾸게 된다고 주장한다. 운 좋게 7번 모두 직업을 갖게 될 확률은 0.00001%도 안 된다. 한 분야만 공부한 사람은 언젠가는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지는 알 수는 없지만 지식의 융합문제는 직업의 세계에서도 요구된다는 점이다. 융합 형 인재 또는 융합 형 학자는 ‘한 가지 일의 전문가에 그치지 않고 다른 분야를 공부해서 자신의 일에 적용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한 우물도 팔 줄 모르면서 다른 우물을 기웃거리는 건 잘못이며 진정한 융합인재는 확실한 자신의 전문 분야가 있는 ‘제너럴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융합 형 지식인’이 되기 위해서는 독서를 기획해야 한다. 자신이 관심 있는 책만 골라 읽지 말고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는 것이다(동아일보, 2012.5.8. 편집).
지금은 변화의 시대다. 모두가 변화에 대해 말한다. 사실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는 생각은 인류 역사에서 생소한 개념이다. 지금같이 빠른 변화가 일상이 된 것은 바로 과학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가 지금과 다르다면 그 차이는 대개 과학기술이 만든 것이다. 과학기술의 빠른 변화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오히려 변하는 것보다 변하지 않는 것을 먼저 생각해보는 편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컴퓨터 코딩, 인공지능 등이 뜬다고 인기이다. 대학에 들어가면 취업에 도움이 되는 전공과목을 선택하고 그것만 배우고 나온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면 새로운 것이 계속 나온다. 변하는 모든 것에서 그 기초가 되는 것은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는다. 교육에서 역사, 철학과 예술, 수학, 물리, 화학과 생물은 변하지 않는 상수이다. 학교에서 변함없이 이 과목을 배우는 것도 그 이유이다(시사IN, 2024.9.8. 김상욱교수, 편집).
2009~2019년 미국 대졸 근로자 140만 명의 사례를 보면 복수전공자가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경제 위기가 닥쳐도 복수 전공자의 소득 안정성이 높다. 시장충격이 발생했을 때 단일 전공 대졸자와 비교해 소득 타격이 56% 정도 덜하다. 시장충격은 대량 해고, 신기술 도입, 노동 수요 변화 등 소득을 크게 흔드는 요인을 말한다. 복수로 전공한 학문의 연관성이 적을수록 시장 충격에 더욱 강하게 버틴다. 완전히 다른 학문을 복수 전공한 대졸 직장인의 경우 단일 전공자보다 시장 충격 발생 시 변동 폭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또 비슷한 학문을 복수 전공한 직장인은 3분의 2 정도 됐다. 복수전공자는 변하지 않는 ‘상수’에 더 가까이 간 사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