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네시아인 조상으로 알려진 대만 원주민과 동남아시아 인들이 처음으로 정착한 곳은 사모아제도였으며 이후 9세기에 쿡제도의 라로통가 섬, 11세기에 소시에테제도의 토타이테마 섬, 12세기에는 투부아이제도의 서부 투하아페 섬과 투아모투군도로 퍼져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은 거대 조각상들로 유명해진 이스터 섬이라는 연구결과이다. 이스터 섬은 거대한 조각상으로 널리 알려진 섬이다. 이스터 섬으로 불리는 라파 누이는 남아메리카에서 서쪽으로 3천700㎞, 가장 가까운 사람이 거주하는 태평양 섬에서 동쪽으로 1천900㎞ 이상 떨어진 세계에서 가장 외딴곳에 있는 섬 중 하나다.
라파 누이의 폴리네시아 조상들이 1722년 유럽인들과 접촉하기 전 아메리카 원주민과 교류했는지는 논란거리로 남아 있었다. 2024년 라파 누이와 태평양의 고대 섬 주민들도 게놈에 아메리카 원주민의 DNA를 10%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섬 주민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접촉이 1250~1430년 일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훨씬 전 폴리네시아인들이 태평양을 건너 라파 누이에 왔음을 암시한다.
이스터 섬의 원주민들은 기원전 수백 년경부터 폴리네시아에서 이주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실질적으로 정착한 것은 기원 후 10세기경이다. 이들은 이곳에 수백 개의 모아이 석상을 세웠고, 1722년 유럽인들이 섬을 발견했을 때 주민은 3천여 명이었다. 거대한 석상 수백 개가 서 있는 것을 본 유럽인들은 과거 이곳에 훨씬 많은 인구가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구 급증으로 나무는 등 자원이 고갈되면서 문명이 붕괴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스터 섬은 1600년대 인구 급증과 자원 과잉 개발로 인한 생태학적 자살(ecocide)로 인구가 급감했는지는 논란이 있어왔다. 이스터 섬은 1600년경~1700년경 인구가 거의 70%나 감소했고, 살림 파괴로 인하여 야생 동물이 부족해지면서 인육을 먹게 되었다는 추측도 나왔다. 1961년에도 뉴기니의 오지에서 원주민에게 살해당해 먹혔다는 보도도 있다. 이런 것들은 원시인들이 문화나 자원을 관리하지 못해 스스로 멸망했다는 유럽식민지 시대 서사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연구를 보면 면적이 163.6㎢인 이스터 섬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일명 바위 정원(rock garden)이 4.9~21.4㎢나 있어, 여기서 생산되는 고구마 등으로 최대 1만7천 명의 주민을 부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았다. 바위 정원은 주먹 크기 돌과 깨진 돌, 바위 등을 토양 위에 겹겹이 쌓아 수분 손실과 영양분 침출, 급격한 온도 변화 등을 막아 생산성을 높이는 농업 방식이다.
그러나 2024년 연구는 이런 설명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거대한 모아이(moai)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 섬의 농업 시스템이 부양할 수 있는 인구는 최대 4천명 미만이라는 연구이다. 과거 이 섬에서 인구가 급증하는 사건이 없었고, 인구 급증으로 인한 자원 고갈 등 생태계 파괴로 인구와 문명이 붕괴했다는 기존 이론 역시 틀렸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과학이 가설이듯이 역사도 물론 언제나 가설이다. 어떤 새로운 증거가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2024년에 이스터 섬에서 과거 주민들이 자연을 과도하게 파괴해 인구가 급감했다는 주장을 부정하는 유전자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500년 동안 라파누이(Rapanui)에 살았던 사람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17세기에 인구 붕괴는 없었다.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면 나타날 유전적 병목 현상 증거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1860년까지 섬 인구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881-4
역사는 인간에 의하여 조작되고 잘못 만들어진다. 유럽이 식민주의 시대에 아메리카대륙의 모든 문화적 유산과 종교를 파괴하고 불태워버렸듯이 역사마저도 조작하여 원시인으로 둔갑시켰다. 벤자민 킨 등이 쓴『라틴아메리카의 역사』1, 2권을 읽어보라. 당시 인간이, 성직자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남미를 학살하고 유린했는지. 읽어보면 소름이 끼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과학에 의하여 복구되고 있다. 인간은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