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추석의 생선전과 자연

어떤 물고기는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하여 숨어서 접근한다. 카리브 해에 사는 한 물고기(트럼펫피시)가 그렇다. 초식성 물고기 무리에 숨어서 접근하여 먹잇감을 잡는다. 인간 이외의 동물이 사냥을 위하여 다른 동물을 ‘은폐 수단’으로 활용하는 유일한 사례이다. 이런 사냥은 산호초가 많이 파괴된 곳일수록 더 많이 목격된다. 산호초가 줄어들면서 먹잇감이 부족하여 이런 행동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생존을 위한 진화는 놀랍도록 다양하다. 인간은 전투에서 숨어서 접근하여 습격한다. 동물은 먹기 위하여 하지만 인간은 동종을 죽이려고 한다.


어떤 물고기는 거울을 보고 ‘자신’을 인식한다. 청소놀래기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자기 자신을 식별하는 거울 자기 인식(mirror self-recognition, MSR) 테스트를 통과했다. 이 테스트는 1970년 심리학자 고든 갤럽(Gordon G. Gallup)이 동물이 시각적 자기인식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인간 아기는 태어난 지 1년 반이 되면 거울 속의 자신을 알아본다. 이 검사를 통과한 종은 인간 이외에는 적다. 유인원, 한 마리의 아시아 코끼리, 가오리, 돌고래, 범고래, 유라시아까치, 청소놀래기 등이 있다. 특히 청소놀래기(Labroides dimidiatus)는 거울을 보고 몸 크기를 인지할 수 있다. 거울을 보지 않은 청소놀래기는 자신보다 큰 물고기에도 공격적으로 행동하지만 거울을 본 청소놀래기는 자기보다 큰 물고기에는 공격을 자제한다. 지구는 생명계는 생존을 위한 투쟁의 장이다. 그래봤자 인간이 잡아먹는다. 갑자기 추석에 생선전이 달리 보인다. 그렇지만 먹어야 사는 것이 생명이다. 아름답기는커녕 처절하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4-70138-7


수학이나 과학은 일부 사람들만 좋아하고 일부 사람만 뛰어난 능력이 나타난다. ‘수포자’라는 말대로 많은 사람에게 ‘고등’ 수학과 과학은 ‘넘사벽’이다. 그러나 ‘단순한’ 산수 능력은 대부분의 인간이 할 수 있다. 인간만이 아니다. 영장류, 새뿐 아니라 꿀벌, 거미, 그리고 어류도 단순한 산수를 하는 능력이 있다. 물고기는 인간에게 많은 대뇌피질이 없어 복잡한 사고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물고기도 숫자를 인식하는 능력이 있다. 숫자를 인식하려면 관련 유전자도 있어야 한다. 포유류나 조류 같은 고등동물의 비슷한 뇌 부위에 물고기도 숫자를 파악하는 ‘수학’ 유전자를 갖고 있다. 사람처럼 선천적으로 추상적인 수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다. 인간의 수리능력도 진화과정에 발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간단한 산수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물고기가 1에서 5 사이의 수에서 하나를 더하거나 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비록 물고기 뇌에는 복잡한 인지능력에 필요한 신 피질이 없지만 뇌의 다른 부위로 비슷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오늘날 인간이 세계를 알기 위하여 동원하는 수리물리는 진화적으로 생존번식을 위한 목적으로 나타났다. 그것이 생명을 이해하는 생물학, 우주를 탐구하는 물리학 등으로 인간이 사용하는 것은 놀라운 도약이다. 그러나 그것도 진화로 설명이 가능하다(별도의 책에서 설명).


매거진의 이전글 이런 할아버지의 손주는 똑똑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