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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으로 만든 인간과 생명윤리 논란


배 반포는 포유류의 수정란에서 난할이 끝난 상태이다. 난할이란 하나의 세포인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하여 다세포생물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기 전 단계이다. 혈액, 신경, 뼈 등 220가지 이상의 다른 세포가 된다. 포유류의 ‘자연’ 생식으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배아 즉 생명 탄생을 이제 과학은 인공적으로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배 반포를 만드는 것은 수정란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배아의 ‘완전’ 모델로 불린다. 이미 인간도 인공수정을 거쳐 아이를 낳고 있다. 과거 종교계는 엄청난 반대를 하였지만 결국은 수용하였다. 불임부부의 자녀출생을 막을 근거도 권리도 없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규제는 나오고 시행된다. 2021년 국제줄기세포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Stem Cell Research, ISSCR)의 가이드라인은 인간 인공배아를 14일 이상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것을 금지한다(14 day rule). 14일은 척추의 기원이 되는 원시선이 형성되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이 시점이 인체로 발달하는 시점으로 본다. ‘14일 규정’은 한국을 포함하여 최소 12개국에 적용되고 있다. 


2019년에는 생쥐의 만능 줄기세포를 암컷 생쥐에게 이식하면 배 반포 구조를 형성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21년 인간 배반포(blastodermic vesicle)와 유사한 인공배아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한 2021년에는 배 반포와 유사한 인공수정란(Blastoids, 배 반포 유사 체)을 실험실에서 만드는데 성공했다.  배 반포 유사 체는 윤리 논란을 피할 수 있다. 배 반포 유사 체는 법률상 인간 배아로 분류되지 않아 ‘14일’을 준수할 의무가 없다. 이번 연구에서 배 반포 유사체가 형성되고 4일 뒤 관찰을 종료했다. 수정된 후 약 10~11일이 지난 시점에서 연구를 중단한 것이다. 배 반포 유사 체는 법률상 인간 배아가 아닌 만큼 14일을 준수할 의무가 없지만, 윤리적 논란을 의식해 선제적으로 중단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배아 연구와 관련한 윤리적 문제를 극복하는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련법을 피해가는 인간배아 모델이 나오면서 인공배아 연구의 허용범위에 관한 논란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줄기세포 기반 인간배아 모델이 자연 배아와 동일한 구조를 지닐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간 발달한 자연 배아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무것도 없다는 주장도 있다. 


과학계는 임신 초기 유산의 원인이나 태아의 발달과정을 자세히 연구하기 위해선 14일 이상 배양된 인간배아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과학계는 인간의 초기 발달, 선천적 질병의 원인, 임신 초기 안전한 약물 연구를 위해 14일 이상 성장하는 인간 배아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2021년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가 이 같은 목소리를 반영해 인간배아를 14일 이상 배양하는 것을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실제 연구 현장에 적용되진 못했다. 현행 「한국생명윤리법」도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 발달한 인간배아만을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인공배아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인간과 극히 유사한 인공배아를 만드는 것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학계에서 일고 있다. 사람의 인공배아를 사용한 실험 윤리성을 따지는 기존 가이드라인을 최신 기술 발전에 맞춰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래서 인공배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생명윤리학자, 규제당국과 법률 전문가들이 바쁘다. 


2024년 9월「네이처」는 이러한 논란에 대하여 입장을 밝혔다. 인공배아 기술이 자연배아와 같이 심장박동까지 재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생명 윤리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학계에서 가장 논란이 있는 ‘14일 규칙(14 day rule)’을 바꿔야 한다. 인공배아 실험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14일 이상 성장한 인공배아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정자와 난자로 만든 배아모델에 대해서만 이 규칙을 적용하여 학자들은 줄기세포를 활용해 인공배아를 만드는 방식을 사용한다. 학계 일각은 인공배아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없기 때문에 자연배아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4-02915-3


인간의 자연수명은 40살도 되지 않는다. 그동안 수많은 논란이 일어났지만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인간수명이 80세까지 증가하였다. 수많은 유전질병 등도 치료방법이 나왔다. 생명 윤리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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