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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년 전 생명의 대재앙


지구상에 발생한 대멸종은 적어도 열한 차례가 넘지만, 그중에서도 생물 종이 거의 다 사라지다시피 한 대형 멸종사건은 다섯 차례나 된다. 지구상에 나타났던 생명체는 거의 대부분 멸종했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천만 종 내외의 생명이 살지만 지금까지 살았던 생명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이다. 사실 지구는 생명의 장이 아니라 멸종의 장이었다. 멸종은 진화를 가져왔다. 그래서 지구는 생명을 두고 처절한 실험을 한 곳이기도 했다. 살아남은 생명도 서로를 먹어야만 살 수 있다.


오르도비스기는 약 4억8천만 년 전에 있었던 소규모 멸종과 함께 시작하고 4억여 년 전의 대규모 멸종 사태로 끝난다. 지구의 첫 대멸종은 약 4억4천500만 년 전에 일어났다. 많은 해양 생물이 멸종했는데, 육지에 접한 얕은 바다에 살던 해양 생물 대부분이 사라졌다. 당시 바다에는 척추동물은 많지 않았지만 조개나 달팽이, 해면 등과 같은 생물은 물론 삼엽충이나 완족류, 바다나리(crinoid) 등과 같은 다양한 생물 종이 살았다. 이들 중 상당수가 약 50만~200만 년에 걸쳐 바닷물의 산소 부족으로 멸종하였다. 지구온난화로 바다가 산소를 잃게 만들어 해양 서식지에 타격을 가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주장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4~5억 년 일을 재구성하니 명확할 수가 없다. 그래도 복원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여기서 일부 주장과 최근 주장만 소개한다.


고생대에는 4억 6천만 년 전부터 4억 3천만 년 전에 걸쳐 작은 빙하기(안데스-사하라 빙기 Andean-Saharan glaciation)가 있었고 이 빙하기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이 폭발할 때 발생한 먼지가 우주공간을 이동해 지구에까지 도달하고 지구의 대기를 덮으며 빙하기가 찾아왔다는 주장이 있다. 오르도비스기(4억 8830만년~기원전 4억 4370만년)에 시작되어 데본기와 석탄기에 이어진 육지 식물의 번성과 산소의 증가는 빙하기를 가져왔고 다른 요인들과 맞물려 대량멸종을 일으켰다는 주장도 있다. 


대멸종은 감마선 폭발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감마선이 오존층을 파괴했고, 먹이사슬의 기초인 플랑크톤이 몰살하여 지구 생명체가 멸종했다는 것이다. 오존층 파괴로 지구에 쏟아진 강력한 자외선은 생물종을 멸종시키고, 발생한 이산화질소 등이 햇빛을 차단하여 기나긴 빙하기가 시작되었다. 미국 캔자스대학 천문학자인 에이드리언 멜롯은 해양생물의 반 이상 멸종한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이 감마선 폭발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감마선이 오존을 파괴하여 자외선이 지표면으로 쏟아져 생명체를 멸종시켰다는 것이다. 


지구에도 토성과 같은 고리가 있었는데 이들이 지구로 떨어지면서 대멸종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2024년 나왔다. 연구에 의하면 지구에는 4억6600만 년 전부터 약 3000만 년 간 생긴 지름이 수㎞에 이르는 대형 소행성 충돌구가 21개가 있다. 이들은 당시 적도였던 땅에 집중되어 있었다. 소행성은 무작위로 떨어지며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4억660만 년 전에 지구에도 토성처럼 있었던 고리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들 고리는 햇빛을 가리면서 지표면에 그림자가 생겨 기온이 내려갔다. 또 이들이 공전 속도를 잃으면서 지구 중력에 이끌려 적도 지표면으로 떨어졌다. 이것이 지구에 엄청난 환경 변화를 불러와 생물들에게 대재앙을 일으켰다. 오르도비스 말기는 약 4억4450만 년 전이었는데, 지구에 고리가 처음 생겼던 4억6600만 년 전 약 17도에 비해 평균 기온이 약 8도나 하락했다.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인 14도보다도 훨씬 추웠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12821X24004230


수억 년의 발생한 일을 누가 알리요. 하지만 과학자들의 집요한 연구는 끊임없이 진실을 향한 길 위에 있다. 과학이 없었다면 과거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옛날에 아주 옛날에’라는 신화이야기에 멈췄을 것이다.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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