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히말라야, 바라나시 화장터와 차 한잔의 문화

1951년 첫 에베레스트 등반에 실패한 후 “에베레스트여, 너는 자라지 못하지만 나는 인간으로서 자랄 것이므로 다시 도전할 기회가 온다면, 등정에 성공할 것이다.”라고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에 올랐던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P. Hillary, 1919~2008)는 말했다. 


그의 말과는 달리 에베레스트 산은 주변 강에 의한 침식 작용과 그에 따른 지각 융기로 매년 2㎜씩 높아지고 있으며 지난 8만9천년 동안 15~50m 높아졌다. 에드먼드 힐러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18cm나 자랐다. 지각 평형 반발(isostatic rebound)은 지표면의 침식으로 지각의 질량이 줄면 맨틀이 밀어 올리는 힘에 의하여 지각 일부가 구부러지며 위로 오르는 것을 말한다. 1년에 몇 밀리미터에 불과하지만 지질학적 시간으로 보면 지구 표면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킨다. 8만 9천 년 전 네팔 에베레스트 산의 먼 동쪽의 아룬 강(Arun)이 남쪽 인도의 코시 강(Kosi)으로 흘러 수천 년에 걸쳐 수십억 톤의 흙을 깎아내 거대한 협곡을 만들었다. 코시 강은 갠지스 강과 합류한다. 긴 세월 동안 지구 표면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할지 보여준다. 인도 갠지스 강 바라나시는 화장터로 유명하다. 인도인들에게 갠지스 강은 성스러운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에서 발원한 강이 힌두교와 만나 문화를 이루었다. 유일신교에서 예루살렘이 성스러운 곳이 된 것과 다르지 않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1-024-01535-w


지각 평형 반발뿐만 아니라 판구조의 이동의 영향이 더 크다. 에베레스트 산이 있는 히말라야 산맥은 매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지금도 인도 대륙이 북상하면서 히말라야 산맥을 밀어올리고 있다. 히말라야에 존재하는 석회암층은 과거 이곳이 바다였음을 말해준다. 일부 지역에서는 암모나이트나 조개껍질이 많이 발견된다. 지구 내부의 움직이는 맨틀 위에 지각이 오렌지 껍질처럼 얹혀 져 있다. 정교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덕분에 대륙들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움직이고 있는지 정확히 계산할 수도 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는 멀어지고 있고 북아메리카는 아시아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시아와 미국이 결국 붙어버린다면 뭐라고 불러야할까. ‘아시메리카’? 시간이 흐르면 태평양은 지중해처럼 작아지고 대서양은 거대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반도는 동쪽으로 1년에 평균 2~3cm씩 이동하고 있다. 언젠가는 한국과 미국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있을지 모른다. 이러한 현상을 판구조론이라고 부른다(동아일보, 2011.3.18., 정성희, ‘움직이는 땅’ 편집).


필자는 여러 번 히말라야 트레킹을 갔다. 트레킹은 힘들고 잠자리는 열악하지만 웅장한 히말라야 산의 아름다움에 힘들어도 간다. 탐욕과 증오는 모두 녹아 없어지고 평정한 다음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히말라야를 오르면 커피가 맛이 없고 밀크 티가 반긴다. 인도에서는 밀크티를 짜이, 네팔에서는 찌야(chiyaa)라고 한다. 그곳에 가면 차가 맛있고 그것만 판다. 히말라야 고봉의 베이스캠프에 앉아 있으면 가부좌가 자연스럽다. 자연환경이 인간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히말라야 산맥은 오랜 세월 지구의 땅이 움직이면서 형성된 것이다. 남쪽 바다에 있던 인도대륙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아시아대륙과 충돌하여 솟아오른 것이다. 하지만 히말라야 산맥의 형성은 비극과 희극을 낳았다. 비극은 아프리카가 사막화되면서 불모의 지대로 변화고 가난한 아프리카를 만들었다. 지금도 아프리카는 빈곤의 고통에 시달린다. 희극은 숲에서 살던 인간이 초원지대로 내려와 두발로 걷고 머리가 좋아지면서 문명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또한 히말라야 산맥이 아시아 북쪽과 인도를 분리하고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갠지스 강이 인도문명을 탄생시켰다. 대륙판이 이동하면서 아프리카에서 살던 인간이 유라시아로 진출했다. 인간은 두발로 걷는 머리 좋은 종으로 진화되었다. 또한 털이 없어지고 땀샘이 많아지면서 장거리 달리기나 트레킹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 후손인 필자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수 있었고 인도여행도 가게 되었다. 문명은 자연의 종속변수였고 앞으로 그럴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5억 년 전 생명의 대재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