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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80%가 이민을 떠나겠다는 현실은 무엇일까

1960~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꾸준히 성장하였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2023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약 36,000달러로 세계 25위이다. 대졸초임도 대만이나 일본을 앞지른다. 대만의 경우 대졸초임이 2천만 원 수준이다.


돈은 많이 벌지만 출산율, 이혼율, 자살률, 부패지수 등과 같은 사회지표에서는 여전히 중하위권이다. 이러한 사회지표들은 OECD 국가군에서는 바닥에 가까운 한국의 행복 관련 지수들에 여실히 반영돼 있다. 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반세기 동안 전 세계적으로 소득이 꾸준히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행복지수는 그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았다. 경제학자들은 국민총만족(GNS)나 국민총행복(GNH)와 같은 대안적 지표들을 행복도 비교를 위한 척도로 제안했다. 


2015년 한국의 행복지수는 2013년보다 24계단 떨어진 118위였다. 사실상 최하위이다. 2022년「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대졸초임도 낮고 불평등 정도도 심한 대만이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혔다. 대만의 행복지수는 6.512점으로 전체 146개국 중 26위였다. 중국 72위, 일본 54위, 한국 59위이다. 행복을 측정하는 지표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구매력평가 기준), 사회적 지지(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줄 사람 여부), 기대수명, 삶에서의 선택 자유, 관용(지난 한 달 동안 기부 여부), 부패 인식(부패가 만연하다고 생각하는지 여부) 6가지를 이용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이 제대로 반영된 수치는 아니다. 한국은 행복지수가 크게 떨어져 순위가 내려간 반면 대만은 지수와 순위가 계속 상승세를 탔다.


2023년 우리나라의 행복 수준은 32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에 ‘매우 행복하다’ ‘꽤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은 57%이다. 10년 전인 2013년 62%와 비교할 때 5%포인트나 낮아졌다. 32개국 평균인 73%에 크게 못 미쳤다. 한국보다 행복도가 낮은 곳은 헝가리 50%이다. 최상위로는 중국 91%, 사우디아라비아 86%, 네덜란드 85%, 인도 84%, 브라질 83%이다. 고소득 국가보다 남반구와 빈국의 행복도가 더 높다. 미국은 14위로 76%, 일본은 29위로 60%를 차지했다. 한국과 일본은 거의 비슷하다. 전 세계 사람은 공통적으로 ‘자녀와 배우자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했다. 반면 경제, 사회 및 정치 상황에 불만이 많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생각하는 행복은 정신적인 것보다 돈과 권력 그리고 사회적 명예 같은 외적인 것을 중시한다. 우리 사회는 일등만이 부각되고 패자부활전이 없는 서열주의 문화가 지배한다. 언론 기사를 보면 ‘1등’을 한 사람들의 뉴스가 대부분이다. 모두다 1등을 하려다보니 행복지수는 점점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언젠가는 1명만 남고 모두 욕구 결핍증에 걸릴 것이다. 그러면 1등은 행복할까. 그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태어나기 싫다는 사람들이 많다. 2016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성인의 약 79%가 갈 수만 있다면 이민을 원한다(30대 82.1%, 20대 80%, 40대 72.4%, 50대 이상 59%). 이민을 원하는 이유(복수응답)는 일에 쫓겨 여유가 없음 56.4%, 열악한 근로조건 52.7%, 소득불평등 47.4%, 불안정한 직업과 노후 47.4%, 신뢰할 수 없는 국가 44.4%, 복지부재 30.7%이다. 먹고살기 힘들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인남녀의 거의 절반(47.9%)이 이민을 가기위한 어느 정도 준비를 한다. 해외이주가 사실 감소하고 있다. 이민조건이 까다롭고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이민자 수는 1976년 4만6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2년부터 급감해 2014년 7250여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민업체에서 청년층 이민 상담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2016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10명 중 4명 정도는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불편한 얘기를 하나 쓴다. 오래 전 젊은 사업가를 만났다. 기업을 팔겠다고 한다. 기업매각에서 매각사유가 중요하다. 그래서 물었다.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데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뇌물을 주고 접대를 한다고 한다. 한 밤 중에 술자리에도 불려가 돈을 냈다. 어느 날 술자리에 갔더니 선거철이라 진보 보수 간의 논쟁이 벌어졌고 자신에게도 자기편이 되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싫다.” 인수기업이 나타나서 거래협상을 하고 실사를 하였다. 하지만 분식회계와 탈세가 심했고 대표자의 횡령도 너무 컸다. 직원 월급도 너무 낮았고 휴가도 거의 주지 않아 엉망이었다. 결국은 거래는 무산되었다. 사기성 매각이었다. 이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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