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와 어리석음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Nothing in all the world is more dangerous than sincere ignorance and conscientious stupidity.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1929~1968)
인간은 인간끼리, 침팬지는 침팬지끼리 번식을 한다. 번식이 가능하면 하나의 종으로 본다. 흑인이나 백인이나 결혼하여 아이를 낳을 수 있으므로 같은 종이다. 흑인종이나 백인종이란 단어는 잘못된 말이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에 배타적이고 자녀가 결혼하는 것에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류이다. 사실 우리 몸에는 과거에 다른 종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대부분이며 인간 고유의 유전자는 10%도 안 된다.
최근에도 우리 몸에는 다른 유전자가 섞여 들어왔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반 인의 유전자가 우리 몸에 있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반 인 등은 서로 간에 생식할 수 있다. 인류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 간의 유전적 차이가 북극곰과 불곰, 코요테와 늑대보다 더 작다. 스반테 페보(Svante E. Pääbo)는 네안데르탈인 DNA 분석 기술 개발 공로로 202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이 기술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 간에 유전자 교류가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다른 종으로 살았지만 번식이 가능한 종이었을 정도로 가까웠다. 이들이 지구상에 함께 살면서 성적인 교류를 하여 인간의 몸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있다. 이들이 부부로 함께 살면서 아이를 키웠는지, 우연한 성적교류로 태어난 아이를 키웠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른 종간의 번식은 영장류에서 보기 힘들지만 분포 범위가 겹치는 지역에서 드물게 발생한다. 특히 산림 파괴, 서식지 파편화, 사냥 등으로 개체수가 줄고 이동이 제한될 경우 교잡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24년에 서식지 파괴로 멸종 위기에 처한 방글라데시의 랑구르 원숭이 2종이 교배를 한 것이 확인됐다. 페이어 랑구르와 도가머리 랑구르는 5백~6백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 위기 종으로 교잡이 계속되면 한 종 또는 두 종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0764-024-00459-x
인간과 네안데르탈 인도 서식지가 겹치면서 번식을 하였다. 화석분석에 의하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기 전까지 5천~6천 년간 공존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7만여 년 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해 당시 유럽과 중앙아시아에 살던 네안데르탈인과 공존하며 유전자 교류가 이루어졌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유적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기 전까지 프랑스와 스페인 북부에서는 4~5만 년 전경 1천400~2천900년 간 공존했다. 발굴된 유적으로만 분석한 것이므로 공존 시기는 더 길었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온대림과 초원지대에 살았고 데니소반 인은 툰드라와 냉대림과 같은 추운 환경에서 적응하여 살았다. 둘은 서식지가 지리적으로 분리돼 있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점차 서식지가 지리적으로 겹쳤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상승과 온화한 간빙기로 온대림이 북유럽에서 유라시아 중앙부 동쪽으로 확장하였다. 이로 인하여 네안데르탈인은 데니소반 인의 서식지로까지 이주하였다. 서식지를 공유하면서 상호작용이 많아지고 상호 교배가 이루어졌다. 기후변화가 종간의 교배 즉 ‘러브스토리’의 역사를 만든 것이다. 21세기 기후변화는 종간의 교류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스토리가 나올지도 모른다. 같은 종이지만 극히 일부 피부색 유전자가 다른 백인, 흑인과 황인이 지금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피부색도 아주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오늘날에도 ‘인종차별’로 인한 폭력과 살육이 자행되어 왔다. 그것은 모두 무지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인간이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를 이해한다면 그런 일을 없었을지도 모른다. 백인과 흑인은 다른 종이 아니다. 인간은 단 하나의 종이다. 인종차별이란 단어는 비과학적인 용어로 특히 유럽이 역사적으로 잘못 만들어낸 용어이다. 무지한 인간은 여전히 ‘인종차별’ 감정을 노출한다. 부지라기보다 무식이라는 용어가 더 맞는다. 사실 인간은 진화의 역사 속에서 돌연변이와 호모 종 사이의 혼합 종의 역사였다. 단일한 유전자를 가진 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단일민족이라는 신화가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우리민족은 유럽인이나 아프리카인과는 많이 다르지만 ‘단일’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의 유전자에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뿐 아니라 다른 멸종된 호모계통의 유전자가 남아있다. 5천 년 전 이전에는 백인종은 지구상에 없었다. 인간이 처음부터 백인, 흑인, 아랍인 등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오랜 이주와 환경에의 적응과정에서 또는 호모계통 간의 성적 교류로 복잡하게 변이가 일어나고 혼합되어 다양한 인간이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UN인종차별철폐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Racial Discrimination )」은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기 위하여 1966년 UN총회 결의로 선포되었고, 우리나라는 1978년 위 조약의 비준에 동의하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단일민족 주장과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다. 필리핀 출신 아버지를 둔 한 여자 아이는 차별과 왕따로 시골로 전학을 갔고 커서도 아버지의 국적을 숨기고 살아야 했다고 한다. 인종차별은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인하여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인종차별 혐오가 보이지 않게 있다. 인간이 어떻게 진화해왔고 어떻게 이주해왔는지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보편적 인간과 사랑이 실현되리라고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