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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간 이어지는 ‘창조론’ 원숭이 재판


역사적으로 교회는 과학에 시비를 걸어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학에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종교가 과학의 자리를 넘보려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오류이다. 그럴수록 종교는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교회는 지동설을 5백년 이상 거부하였다. 지금은 지동설에 대하여 논란을 벌이는 일은 거의 없다. 대신 진화론을 거부한다. 1859년에 다윈이 진화론을 책으로 냈으니 5백 년 뒤인 2359년이 되어서나 진화론을 수용할 것 같다.


1925년 ‘원숭이 재판(Monkey Trial)’으로 유명한 스코프스재판(Scopes trial)이 있었다. 미국 테네시 주 소도시의 생물 교사인 스코프스는 수업 시간에 진화론을 가르쳤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테네시 주 의회가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판사는 법정 최저형인 벌금 100달러를 선고하고 끝났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이 재판에 다음과 같이 평을 남겼다. “일개 주가 대륙 전체를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한 개인이 모든 유럽인으로 하여금 미국이 정말 문명의 세례를 받은 나라인지를 묻도록 만드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테네시 주와 브라이언 씨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뤄냈다.”(뉴스1, 2024.9.29.).


에드워즈-아귈라드 재판(Edwards v. Aguillard, 1986~1987)은 1987년 진화론과 함께 창조론도 함께 가르칠 것을 의무화하는 루이지애나 주 법령이 국교를 금지한 헌법을 위반했다고 과학 교사 돈 아귈라드가 고발하면서 발생했다. 이 재판에 72명의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과 20여개 학술단체가 나섰다. 연방대법원은 7대2로 루이지애나 주 법령이 정교분리 원칙을 정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더 이상 미국 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칠 수 없게 됐다(뉴스1, 2024.9.29.).


우주론 등 많은 주제와 관련하여 자연과학과 그리스도교는 오랜 악연을 가지고 있었지만 점차 화해의 길로 들어섰다. 가톨릭은 2000년대에 들어와 진화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교황 비오 12세는 1950년에 진화론을 유용한 과학적 접근이라고 언급하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진화론을 ‘가설 이상의 것’으로 평가하였다. 2009년 로마 가톨릭은 다윈의 진화론이 그리스도교 신앙과 양립할 수 있고 진화론과 창조론은 상호 보완적인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개신교 창조론자들은 창조론을 지적 설계로 바꿔 다시 공교육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Irreducible Complexity)이다. 생명체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진화로는 생길 수 없고, 지적인 존재에 의해 디자인됐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종교적인 색채를 지우기 위해 신이 아닌 ‘지적 설계자’를 상정했다. 도버 교육위원회가 지적 설계를 과학 수업에 포함하도록 하는 지침을 통과시켰고, 학부모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2004년 펜실베이니아 주 작은 도시 도버에서 지적 설계와 진화론은 법정에서 맞붙었다. 당시 판사가 지적 설계 교육을 지지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임명했고 공화당 지지자이며,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존 존스 3세(John E. Jones III) 판사였다. 그러나 ‘지적 설계는 과학이 아니다.’고 판단하며 지적 설계를 가르치지 말라고 판결했다. 정교분리 원칙을 정한 헌법에 위반된다고도 판단했다(뉴스1, 2024.9.29.). 2009년 교황청은 다윈의 진화론 탄생 150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면서 ‘지적 설계론’이 ‘빈약한 신학’이자 ‘빈약한 과학’임을 비판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보수적 그리고 근본주의적인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창조론 논쟁은 여전하다. 2017년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지구의 나이는 6000년이라고 신앙적으로 믿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세상은 교회에 반 지성주의라는 딱지를 붙였다. 


2024년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말했다.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증명이 저는 없다고 생각한다. 창조론도 진화론도 과학적인 증거보다는 단순한 믿음의 문제이다. 둘 다 같이 가르쳤으면 좋겠다.” 그는 새누리 당 후보로 추천해 헌법재판관이 됐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인용 보충 의견에서『성경』을 인용한 독실한 크리스천이다(뉴스1, 2024.9.29.).


창조론이나 지적설계론(intelligent design) 같이 종교를 과학으로 무장하려는 근본주의자는 문자 그대로 모순 그 자체이다. 창조신앙은 자연과학적 지식에 아무 것도 보태지 않으며 어떤 자연과학적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리스도교가 창조론을 과학에 의하여 입증하려 하거나 과학화하려는 시도 또는 과학적으로 판단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가 오류이며 잘못된 접근이다. 그리스도교 근본주의자들은 만물의 근원을 믿는 우주론의 근본문제에 대하여『성경』이 답을 내린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그러나 신이 세상을 ‘엿새 만에’ 창조했다는 순진하고도 몽매한 『성경』의 믿음을 고수한다면 단연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성경』을 진실로 받아들이더라도 그 때문에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당연히『성경』의 창조이야기를 과학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도 그 자체로 오류이다.『성경』은 과학적인 주장을 담은 것이 아니다.


알아야 할 것은 그리스도교 초기부터 유연한 창조론이 대두하였다는 점이다. 성 어거스틴(St. Augustine)은 창조의 엿새를 비유적으로 해석했다. 토마스 아퀴나스(St. Thomas Auinas)는 이렇게 말했다. “…『성서』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설될 수도 있으므로, 순수 이성이『성서』에 잘못 담긴 것으로 여겨지는 진술을 증명한 이후에도 여전히 그것을 유지하려는 것처럼 자신을 어떤 하나의 견해에 엄격하게 고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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