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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에덴’ 신화


가장 오래된 고대문명 수메르(Sumer)는 메소포타미아의 남쪽, 오늘날 이라크의 남부 지역에 있었다. 기원전 18세기경의 수메르의 ‘신화’「길가메시 서사시」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길가메시는 친구의 죽음에 슬퍼하며 깊은 생각에 빠진다. 당시 죽을 운명에서 벗어난 사람은 샤마시나피스팀 한 사람만 알려졌다. 길가메시는 이 사람이 죽지 않는 비결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를 찾아 나선다. 결국 그를 만났고 젊어지게 하는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받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잠시 목욕을 하는 동안 뱀이 기어들어와 그 나무를 훔쳐간다. 


수메르인은 신이 동쪽 먼 곳에 평화롭고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고 믿었다. 그 정원의 명칭은 ‘에디누(edinu)’였다. 에덴동산은 아카드어 에디누에서 유래되어 들판이나 평원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노화나 질병, 죽음이 없는 낙원이었다. 이 정원에 살던 사람(이름은 ‘엔키’임)이 어느 날 그 정원에서만 나는 금지된 과일을 먹었다. 에디누는 에덴 이야기로 연결된다. 기원전 6세기 유대인들이 수메르 지역의 바빌론에 끌려갔다. 수메르가 최초의 문명이었으니 에디누가 먼저였고 에덴은 그 이후에 기록되었다. 사실 거의 모든 고대 문화에는 태초에 남자와 여자가 죄를 지어 낙원에서 추방되었다는 신화가 있다. 


수메르 신화는 에덴동산의 아담이야기와 유사하다. 수메르 문명이 인류 최초의 문명이고,『구약성경』이 길어봐야 기원전 15세기 이후에 작성된 것을 감안하면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하기는 지역적으로 너무 가깝다. 수메르 신화는 훗날 히브리인에 의하여 에덴동산과 아담이 되고, 갈비뼈의 여자 이브가 되는 모티브가 됐을지 모른다. 에덴동산도 수메르 신화 ‘딜문’ 동산을 차용한 지도 모른다. 딜문(Dilmun) 동산은 병도 죽음도 없는 생명의 땅이었다. 딜문 동산 신화에서는 창조주가 여신이었는데 에덴동산 신화로 넘어오면서 창조주는 ‘아버지’ 하느님이 된다. 모계사회에서 남성 중심의 부계사회로 바뀌는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했을 수도 있다. 


중앙아시아 타지크(Tadzhik) 사람들에게도 ‘낙원’ 신화가 있다. 타지크 족은 백인 계통의 이란 족으로 중국 서부에 사는데 인구는 몇 만 명에 불과하다. 타지크 사람들의 신화 속에서 신은 땅과 하늘을 만들고 진흙으로 인간을 만들었다. 원래 인간은 천상 세계에서 일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다. 어느 날 인간들이 하늘에서 금지된 음식인 밀알을 먹어 똥을 누게 되었다. 정결한 천상세계를 더럽히자 신은 분노하여 인간을 땅으로 쫓아버렸다. 분노한 신에게 인간은 빌었고 신은 하늘나라의 밀알을 주며 그것을 심어 농사를 지어 먹고 살라고 했다. 너무도 힘들고 고통으로 가득 찼던 인간 삶에 대한 하나의 잃어버린 희망의 신화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잃어버린 낙원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건을 실제로 다룬 것이 아니라 신화였다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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