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지적인 직업을 가지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자녀를 잘 키우려면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책 읽으라고 잔소리할 것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 책을 많이 읽고 자녀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들과 대화가 가능하려면 함께 놀아 주고 가정생활 자체가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나라 부모들은 잘 알 것이다. 대학입시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고 매일 학원으로 자녀들이 떠돌고 시험에 시달리면 사실 대화는커녕 같이 밥 먹을 시간도 없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3학년까지의 독서 능력이 진학과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 영국의 16세 학생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초등 시절인 10살 때부터 책과 신문을 즐겨 읽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어휘력은 14.4%, 수학 성적은 9.9% 좋았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을 것이지만 중요한 연구 결과이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도 거의 책을 읽지 않는다. 그렇게 자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10~20%는 학교 다닐 때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점이다. 입시에 시달려서 읽은 시간도 없다. 성인은 더 심하다. 우리나라 성인의 반 정도가 일 년에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그나마 읽는 책도 심하게 말하면 ‘잡서’이다.
2024년 뉴욕대학 등 연구팀은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다. 유아기나 아동기에 소리 내서 부모와 함께 책을 읽으면 또는 부모가 아이에게 재밌게 읽어주면 부모와 자녀 간의 애착 관계에 좋다. 나의 아내는 아이들이 잘 때 책을 읽어주거나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들이 참 좋아했다. 아내는 현명했다. 아이들의 정서발달에도 좋고, 인지능력, 언어와 ‘문해’ 능력도 발달한다고 한다. 이쯤에서 이걸 말해야겠다. 부모가 교육이나 입시에 좋다고 생각하는 과학이나 수학 같은 재미없는 책을 읽어주려고 한다면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책을 멀리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 특정 주제보다는 다양한 책을 함께 읽거나 읽어주는 것이 좋다. 핵심은 일단 재밌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가 책에 거부감이 들면 아이의 독서습관은 그것으로 끝장난다. 잠잘 때 흥미로운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동기에는 디지털 기기나 디지털 책보다는 인쇄된 책이 더 좋다. 디지털 책은 부모와 자녀 상호 작용이 없는 편이다. 부모와 함께 재밌게 책 읽는 기억을 갖는다면 이후 독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조기교육, 외국어 등 교육열이 대단하다. 사실 교육에는 관심이 없고 입시열기가 하늘을 찌른다. 수백만 원을 들여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과외와 학원을 어렸을 때부터 전전한다. 논술과 독서의 중요성이 대두하자 독서토론, 독후감 활동을 시키고 관련 책을 사서 읽힌다. 입시에 시달리는 청소년에게는 ‘지겨운 일’이 된다. 결국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양산할 뿐이다. 대부분의 부모들도 책을 거의 읽지 않으니 보고배울 것도 없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책을 읽겠다고 하지 않는다면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