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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새벽과 암흑시대 그리고 파괴자

최초의 은하와 은하단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과학계의 오랜 숙제 가운데 하나다.


2021년까지는 빅뱅 이후 4억년이 지난 ‘GN-z11’이 가장 먼 은하로 기록돼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자외선에서 근적외선까지만 볼 수 있어, 적색이동 11 너머는 볼 수 없다. 적색이동 11 너머의 초기 우주의 은하들은 발견하지 못한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높은 적색이동(11 이상)을 보이는 물체는 적외선에 의해서만 감지될 수 있으며, 이것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으로 가능하다.


2022년 10월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약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만들어진 뒤 3억5천만년 밖에 안 된 곳에서 은하 ‘GLASS-z12’를 관측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할 수 있는 한계 바로 바깥에 있는 은하였다. 이 은하가 존재하려면 빅뱅 뒤 1억 년 만에 형성되기 시작했어야 한다. 우주 암흑시대(Cosmic Dark age)가 생각한 것보다 일찍 끝난 것이다. 우주 암흑시대는 빛 한 점 없이 가스와 암흑물질로만 구성된 시기를 지칭한다.


2022년 12월에는 빅뱅 이후 약 2억~4억 년 후 우주에 처음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는 87개의 은하를 발견했다. 우주의 아주 초기부터 은하가 형성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발견은 우주의 극히 작은 영역에서이기 때문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2023년 10월과 2024년 1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분광기(NIRSpec)를 통해 빅뱅 후 2억9천만년이 지난 시점의 은하를 포착했다. 이번 발견은 빅뱅 후 3억2천만 년 시점의 은하(JADES-GS-z13-0, 적색편이 값 13.2)보다 약  3천만 년 전이다. 놀라운 점은 우주가 아주 어렸을 때의 은하임에도 매우 밝을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산소가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 은하의 생애 초기에 산소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은하를 관측하기 전에 이미 매우 큰 별들이 여러 세대를 거쳐 갔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은하를 찾기 위해 검색한 하늘의 영역이 매우 작았던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10년 동안 제임스웹을 통해 훨씬 더 이른 시기에서도 이렇게 밝게 빛나는 은하를 다수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23년 2월 5억~7억 년 정도의 은하 후보를 6개나 찾아냈다. 이 발견은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 대한 지식을 파괴시킬 수 있어 우주파괴자(Universe breaker)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 은하 중 하나라도 실제 은하임이 밝혀진다면 우주론(cosmology)은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기존의 이론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우주가 시작된 직후에 은하가 이렇게 커지면 안 된다. 별들의 질량이 예상보다 대략 100배나 더 크기 때문이다. 초기 우주에는 작은 은하밖에 없었다는 기존 우주론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우주의 새벽(dawn of the universe)이라고 일컫는 우주 초창기 관측을 통해서 우리 은하만큼 성숙한 은하가 발견된 점은 매우 놀랄만하다. 이 연구에 대해 추가 분광학 연구가 예정되어 있기에, 추가 연구를 통해서 이 관측이 사실로 확정되면 이 은하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거대하게 자랐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는 우리가 초기 우주의 역사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며 우주 모델이나 은하 모델의 수정이 필요한 점을 시사한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초대질량 블랙홀로 확인될 가능성이 있으며 거리 및 나이에 대해서 어느 것도 100%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천체가 은하가 아니라면 희미한 퀘이사나 비슷한 종류의 천체일 수도 있다고 예측하는 과학자도 있다. 추가 관측과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관측 결과는 천문학계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다. 학계는 지금껏 초기 우주의 은하는 매우 작았으며, 대부분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춰왔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이번 관측에서 발견한 거대 은하에 우주 파괴자(universe breaker)라는 비공식 명칭을 부여했다. 기존 우주론을 완전히 뒤엎었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이를 설명하려면 우주론의 모델을 바꾸거나, 우주 초기의 작은 별과 먼지에 불과했던 클러스터가 은하로 발달했다는 기존의 학설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측도 빛이 지구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만 가능하다. 만일 은하가 너무 멀리 있어 빛이 영원히 지구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그 은하는 영원히 우리는 모를 것이다. 빅뱅 후 38만년 이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이 시기는 ‘암흑시대를 낳은 암흑’ 또는 ‘무’의 시기라고 부를 수도 있다. 사실 빅뱅이론은 우주의 기원론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이 시기에 대해서는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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