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우주기원설은 외계인이 우주로부터 지구에 왔다는 것이 아니다. 생명을 구성하는 물질들이 소행성이나 혜성에서 기원했다는 의미이다. 지구는 수십억 년 전 우주를 떠도는 우주먼지가 모여서 형성되었고 그 후에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속적으로 지구에 충돌하였다. 따라서 지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우주먼지나 소행성 등에 있는 물질이 지구로 유입되면서 이들 물질이 생명을 구성요소가 되었다. 과거 운석에서 이미 아미노산 등의 유기물이 발견되었다. 지구상에 떨어진 운석 속에 있던 아미노산이 지구상 생명의 기원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던 이유이다.
인간을 구성하는 원소에는 산소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탄소가 차지한다. 천문학자들은 탄소분자들이 우주에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2021년 탄소를 함유한 분자(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PAHs)가 우주에서 처음 발견됐다. 생명으로 이어지는 화학 전구체(chemical precursors)가 어떻게 우주에서 존재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화학 전구체는 생물 체내에서 화합물 형성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화합물이다. 우주에는 생명을 구성하는 탄소가 널리 존재한다. 이러한 탄소는 지구가 형성될 때 우주에 널리 있던 탄소도 지구의 구성요소가 되었을 것이다. 탄소는 지구형성 초기부터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에서 기원하지 않은 원소들도 지구상에 존재한다.
아연도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물질 중 하나다. 효소나 단백질에 포함돼 성장과 발육, 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은 아연에 의해 조절된다. 아연은 생명체 탄생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유전자 DNA를 복제하려면 징크핑거(zinc finger) 구조를 가진 단백질이 결합해야 한다. 징크핑거는 아연을 중심으로 단백질이 접혀 있는 구조다.
아연은 극소수의 운석이 지구에 떨어져 지구로 들어왔다. 일부 운석이 우주 방사선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아연을 가진 채로 지구에 떨어졌다. 이 같은 운석은 전체 충돌 운석 중 30% 수준에 불과하지만, 여기서 지구 전체 아연 중 90%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o4121
지구의 대기에도 우주에서 온 수많은 물질들이 섞여있다. 지구의 대기에는 약 1700만 미터톤의 굵은 먼지가 흩날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먼지는 지구상에서 발생한 것도 있지만 우주에서 온 것도 있다. 혜성이나 소행성 등이 지구의 대기를 통과하며 마찰로 인해 별똥별을 만들어 내며 떨어진다. 강한 열에 의해 기화되기 때문에 대부분은 지구 표면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 중 일부는 1mm 미만의 미세운석(micrometeorite) 형태로 지상에 도달한다. 2021년 연구에 의하면 0.7mm보다 작은 크기의 미세운석이 매년 5200톤 정도 지구로 떨어지고 있다. 이 미세운석들은 지구 표면으로 전달되는 외계 물질의 가장 큰 원천이다. 운석과 같은 더 큰 물체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다. 분석 결과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우주 먼지의 약 80%는 혜성에서 방출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기존의 추정치와 일치한다. 대기권 진입 전 유입되는 우주먼지의 총 질량은 약 15000톤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먼지 상당부분이 인간이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나 존재할 수 있다. 아니면 일부 먼지들은 대기권 진입 전에 제거될 수도 있다. 혹은 지구 주위의 우주에 생각보다 훨씬 적은 먼지가 있을 수 있다.
지구와 생명을 구성하는 물질이 우주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또 앞으로도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모든 것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원과 본질을 묻는 어떤 질문도 사실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과학이 존재하는, 그리고 학문과 지적인 탐구가 영원하리라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