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은 특정 연도에 태어난 사람이 향후 기대되는 평균 수명이다. 지금 기대수명이 80세라는 것은 지금 태어난 사람에게 적용된다. 이미 태어난 나하고는 상관없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이 83세라는 발표를 들으면 올해 태어난 사람에게 적용된다는 뜻이다.
인간의 기대수명은 놀라운 정도로 증가하여 40살밖에 안 되는 자연수명의 두 배나 된다. 과학덕분이다. 사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은 과학기술 덕분이다.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그렇다. 지난 2000년 동안 인간의 수명은 꾸준히 조금씩 늘어나 1~2세기마다 1년씩 증가했다. 19세기 중반까지도 인간의 기대수명은 50세를 넘지 못했다. 20세기 초부터 공중보건과 의학이 발전하며 기대수명은 크게 증가했다. 20세기에는 10년마다 무려 3년씩 늘어났다. 21세기에 태어난 사람 대부분이 100세 이상까지 살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스튜어트 올샨스키(Stuart J. Olshansky) 미국 일리노이 대학 교수는 2024년 이를 반박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1990년대 이후 기대수명 증가세가 둔화됐고 2010년 이후 특히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2000~2009년과 비교해 2010~2019년의 기대수명 증가율이 감소했다. 미국은 기대수명 증가율이 9개국과 비교해 더 둔화 폭이 컸다. 1990년부터 2019년까지 기대수명이 가장 긴 9개국과 미국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이다. 한국을 비롯해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홍콩,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그리고 미국 10개국이다. 10개 나라를 기준으로 21세기 이후 출생자 중 기대수명이 100세가 넘는 비율은 여성은 15%, 남성은 5% 미만이다. 21세기에도 급격한 수명 연장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것이라는 증거는 현재는 없다.
기대수명 증가율이 둔화돼 100세 시대가 쉽지 않다고 보는 이번 논문의 저자인 스튜어트 올샨스키(Stuart J. Olshansky) 미국 일리노이 대학 교수는 20여 년 전 수명논쟁의 불을 붙인 학자이다. 오래 전 스티븐 오스태드(Steven Austad) 앨라배마 대학 교수는 150세까지 사는 사람이 2150년경에는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제이 올샨스키(Steven Austad Jay Olshansky) 교수는 내기를 제안했다. 이른바 ‘오스태드-올샨스키(Steven Austad Jay Olshansky) 내기’로 ‘150세 수명 가능성’ 논쟁이다. 두 사람은 각자 150달러씩 내고 150년간 주식시장에 묻어두기로 했다. 그때 150세 인간이 나오면 모든 돈은 오스태드 교수의 후손에게 돌아가고, 반대의 경우는 올샨스키 교수 후손의 차지가 된다.
스튜어트 올샨스키(Stuart J. Olshansky)의 2024년 논문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스티븐 오스태드(Steven Austad)는 자신의 예측은 변함이 없다. 그들의 내기의 끝이 궁금하지만 그 때까지 살지 못한다. 나도 판돈을 걸고 내기를 할까. 인간이 150세를 살려면 획기적인 ‘역 노화’ 과학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과학의 발전은 항상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