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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후 수억 년 후 탄생한 늙은 은하 이야기

우주에 있는 은하의 분포는 빅뱅 직후 발생한 ‘미세한’ 물질의 분포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물질의 밀도가 높은 지역에는 점차 중력에 의해 물질이 집중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커져 더 많은 물질을 끌어 모은다. 그 결과 은하의 분포는 균일하지 않고 일부분에 집중된 구조를 이룬다. 이 구조는 거대한 거품에 빗대어 설명하는데, 우주의 대부분은 은하가 없는 텅 빈 공간(Void)이기 때문이다. 


은하의 형성은 초기에는 작고 무작위한 기체의 움직임에서 시작하고, 이후 점점 회전 속도가 느려지며 수십억 년이 지난 이후에야 지금 같은 온전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은하는 처음에는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인 형태를 가져야 한다. 초신성 폭발과 같은 천체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기체가 무작위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때 발생하는 난류가 은하 전체를 불안정한 구조로 만든다. 최초의 은하와 은하단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과학계의 오랜 숙제 가운데 하나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 덕분에 우주 역사 초기 첫 10억 년을 탐구할 수 있게 됐다.


2024년 빅뱅 이후 7억 년이 지난 초기 우주에서 은하계 안쪽에서 바깥으로(inside out) 성장하는 은하를 발견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확장, 성장하는 은하의 보기 드문 사례이다. 도시처럼 은하 중심에는 별이 밀집해 있지만 외부로 갈수록 밀도가 낮았다. 은하 중심에서 가장 오래된 별이 있고 바깥에서 활발하게 별이 형성되고 있었다. 은하 주변에는 대략 1000만 년마다 별의 질량이 두 배씩 늘어났다. 우리은하가 1000억 년마다 질량이 두 배로 증가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매우 빠른 속도다. 7억 년의 빛을 발견한 것이니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는 모른다. 사실 이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이미 은하가 탄생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4-02384-8


2021년까지는 빅뱅 이후 4억년이 지난 은하 ‘GN-z11’이 가장 먼 은하로 기록돼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자외선에서 근적외선까지만 볼 수 있어, 적색이동 11 너머는 볼 수 없다. 적색이동 11 너머의 초기 우주의 은하들은 발견하지 못한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높은 적색이동(11 이상)을 보이는 물체는 적외선에 의해서만 감지될 수 있으며, 이것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으로 가능하다.


2022년 10월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약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만들어진 뒤 3억5천만년 밖에 안 된 곳에서 은하 ‘GLASS-z12’를 관측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할 수 있는 한계 바로 바깥에 있는 은하였다. 이 은하가 존재하려면 빅뱅 뒤 1억 년 만에 형성되기 시작했어야 한다. 우주 암흑시대(Cosmic Dark age)가 생각한 것보다 일찍 끝난 것이다. 우주 암흑시대는 빛 한 점 없이 가스와 암흑물질로만 구성된 시기를 지칭한다.


2022년 12월에는 빅뱅 이후 약 2억~4억 년 후 우주에 처음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는 87개의 은하를 발견했다. 우주의 아주 초기부터 은하가 형성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발견은 우주의 극히 작은 영역에서이기 때문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따라서 무수한 은하가 앞으로도 발견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측들도 빛이 지구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만 가능하다. 만일 은하가 너무 멀리 있어 빛이 영원히 지구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그 은하는 영원히 우리는 모를 것이다. 빅뱅 후 38만년 이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이 시기는 ‘암흑시대를 낳은 암흑’ 또는 ‘무’의 시기라고 부를 수도 있다. 사실 빅뱅이론은 우주의 기원론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이 시기에 대해서는 모르기 때문이다. 과학은 아는 것만 말하기 때문에 ‘무’의 시기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언젠가 또 다른 이론으로 밝혀지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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