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고구마를 먹는 것은 수십만 년의 역사
전분 또는 녹말은 감자나 고구마 곡물에 많이 들어있다. 전분 또는 녹말은 아밀라아제(Amylase) 효소가 분해한다. 인간은 아밀라아제유전자(AMY1A gene)가 만드는 효소(Alpha-amylase 1, AMY1) 때문에 전분을 잘 소화시킨다. 전분을 먹는 개나 돼지 등 가축도 이 유전자가 많다.
2019년 고고학 연구에 의하면 12만 년 전에 남아프리카에 살던 인류가 전분을 채취해 조리해 먹었다. 이들은 강에서 나는 조개류나 물고기, 그리고 육식으로 균형 잡힌 음식을 섭취했다. 당시 인간은 지금처럼 잡식성이었다. 증거가 발견된 곳은 유명한 초기 인류 거주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부 케이프에 있는 클래지스 강(Klasies River)이다. 이 유적지에서 발견된 화덕을 분석한 결과 조리해 먹은 덩이뿌리는 12만 년 전부터 6만 5000년 전까지 전분 섭취는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기 훨씬 이전에 시작되었다.
2020년에는 약 17만 년 전에 식물의 땅속줄기를 캐내 구워 먹은 흔적이 발굴됐다. 이는 인류가 비슷한 식물을 구워 먹은 기록을 훨씬 더 앞당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동굴에서 발굴된 식물의 땅속줄기(rhizome)가 그것이다. 이 땅속줄기에 영양분과 탄수화물이 풍부해 수렵 채집 생활을 하며 빈번하게 이동하던 선사 인류에게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땅속줄기를 캐낸 뒤 현장에서 먹지 않고 동굴로 가져와 조리했다는 것은 음식을 서로 나눠 먹은 것으로 보인다. 거의 20만 년 전부터 식물을 생으로가 아니라 익혀먹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고구마를 구워먹은 것은 이렇게 오랜 역사가 있다.
이러한 논문은 주로 고고학적 발굴로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 전분 분해효소를 인간이 가졌는지는 유전자 연구가 없으면 알 수가 없다. 드디어 2024년「사이언스」에는 인간의 전분 분해효소가 언제부터 가졌는지를 밝혀낸 논문이 실렸다. 농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인간은 전분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아밀라아제 유전자를 갖고 있었으며 네안데르탈인도 마찬가지라는 연구결과이다. 이것은 인간과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분리되기 전인 수십만 년 전부터 가졌던 것임을 시사한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n0609
인간의 역사는 고고학뿐만 아니라 과학이 많은 것을 밝혀내고 있다. 특히 유전자연구가 그렇다. 우리 인간이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반 유전자도 보유하고 있음이 밝혀진 것도 그렇다. 인간은 순수한 호모사피엔스가 아니라 혼종이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 인간의 유전자의 대부분은 과거 동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며 순수한 인간유전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