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면 살아서도 건강이 나쁘고 나이 들면 치매도 빨리 온다. 치매도 불평등하다. 저소득일수록 치매가 생길 확률이 더 높고, 심지어 더 빨리 발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나이가 많아들수록 격차는 줄어들지만 차이는 크다. 60세 미만은 무려 27배나 차이가 났다. 60~64세는 10배, 65~69세는 4배, 70~74세는 2.54배, 75~79세 1.51배, 85세 이상 1.32배이다. 젊을수록 환경의 영향이 크고 나이가 들수록 노화의 영향을 더 받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수준뿐만이 아니다. 교육 수준과 직업, 부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도 노년기의 인지 장애나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 영국에서 10년 동안 50세 이상 약 9천명을 조사한 결과이다. 고등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경도 인지장애를 겪을 위험이 43%, 부유층은 26% 낮았다. 가난한 사람은 경도 인지장애에서 건강한 인지 상태로 돌아갈 확률이 56%, 고등교육 수준이 높거나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은 81% 더 높았다. 이 연구는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로 특정 사회경제적 요인이 인지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밝힌 것은 아니다.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몇 가지 있다. 교육 수준이 높고, 지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이 뇌 활동이 많아 뇌 건강에 유리하다. 또한, 건강관리를 잘 하고 좋은 음식을 먹는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도시 빈곤지역은 녹지 공간이 적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에서의 연구결과도 도시지역의 평균 녹지비율이 농촌보다 현저히 낮다. 녹지 공간 평균 비율은 웨일스 45%, 북아일랜드 24%, 잉글랜드 21%, 스코틀랜드 16% 순이었다. 지역별 녹지공간은 웨일스의 도시와 농촌만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분포돼 있었으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도시 지역은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녹지 공간이 적었다. 도시의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지역에서는 녹지 공간과 예방 가능한 사망이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인다. 특정한 지역의 경우 녹지 공간이 1% 증가할 때마다 연간 예방 가능한 사망자 수가 북아일랜드에서는 41%,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는 각각 37% 감소한다. 예방 가능한 사망이란 ‘효과적인 공중보건 및 1차 예방 개입을 통해 피할 수 있는 사망’이다. 인과관계는 특정할 수 없지만 녹지와 예방 가능한 사망 간 뚜렷한 연관성을 보여준다. 도시의 가난한 지역의 녹지조성은 한 나라의 정책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지표이다. 불평등이 심할수록 녹지 불평등도 심할 것이다.
https://jech.bmj.com/content/early/2024/10/03/jech-2024-222485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경제협력기구 국가 30여 국가 중 지니계수를 기준으로 불평등지수가 7번째로 높다.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이 가장 불평등지수가 높다. 그리고 미국과 더불어 우리나라는 점점 더 악화되는 추세이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악화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구호만 다를 뿐이다. 인간을 위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