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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조정하는 기생동물

인간을 조정하는 기생동물


2012년 영화「연가시」가 수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전국의 하천에서 변사체들이 발견되는데, 인간의 뇌를 조종하여 스스로 물에 뛰어들어 익사하게 만드는 변종 연가시 때문임이 밝혀진다는 내용이다. 


연가시는 물에서만 짝짓기를 하므로 생존과 번식을 위하여 숙주를 물가로 몰고 가서 물속에 뛰어들어 죽게 만든다. 연가시는 사마귀 유전자를 탈취하고, 그 유전자를 바탕으로 사마귀를 물가로 인도해 빠져 죽게 만드는 ‘유전자 수평 전달’을 한다. 요즘은 가을철에 사마귀가 아스팔트 도로에서 떼죽음을 당한 것을 벌 수 있다. 연가시에 감염된 사마귀는 수면에서 반사되는 빛에 이끌린다. 빛은 보통 다양한 각도와 방향으로 반사되지만 수면에서는 특정한 방향으로 빛이 치우치는 ‘편광’ 현상이 발생한다. 아스팔트 역시 수면과 거의 비슷하게 수평 편광이 일어난다. 아스팔트에 반사되는 빛이 수면에 반사되는 빛과 비슷해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https://academic.oup.com/pnasnexus/article/3/10/pgae464/7822256

초식동물에 기생하는 흡충(Dicrocoelium dendriticum)도 곤충을 중간숙주로 삼는다. 소나 양의 배설물로 나온 흡충의 알은 달팽이 같은 패류가 먹고 유충이 되어 땅 위로 나온다. 이 유충을 개미가 먹으면 개미가 무리를 이탈하여 풀의 맨 윗부분에 가도록 유도한다. 이것을 소가 먹는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인간도 동물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인간을 괴롭혀온 메디나 충(Dracunculus medinensis, Guinea worm)이 있다. 고대 이집트의 미라에서도 발견된다. 메디나 충은 우물이나 호수 물을 통해 흡입한 물벼룩이 지닌 기생충의 유충이 몸속으로 들어간다. 암컷이 산란기가 되면 사람의 피부 표면으로 나가면서 발에 수포를 만들어 뜨겁고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발을 물에 담그면 통증이 가라앉고 이 때 유충이 물로 다시 돌아간다. 


20세기 초 북 아프리카 설치류에서 발견된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은 포유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감염된다. 톡소포자충은 고양이를 숙주로 하여 고양이 몸 안에서 번식을 하고 배설물을 통해서 알이 밖으로 나온다. 톡소포자충은 쥐에게 들어가 뇌 부위 등에 유충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만들고, 고양이의 몸속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뇌를 조종하여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게 만든다. 


사람도 톡소포자충의 중간숙주가 될 수 있다. 이 기생충 알에 오염된 고기나 채소 등을 섭취함으로써 주로 감염된다.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이상행동을 일으키는 비율이 높다. 교통사고를 많이 내고 정서불안, 자살이나 조현병 등 정신적 병리현상과도 연관성이 있다. 사람의 뇌를 ‘조종’한다고 단정내릴 수는 없지만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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