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에 대한 소양은 여전히 중세적인 관념에 사로잡힌 일부 개신교 근본주의자나 보수적 개신교에서 낮게 나타난다. 우리나라 일부 개신교 교회의 과학에 대한 무지와 경시로 코로나 19 펜데믹 당시 교회에서 많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다. “모여서 기도하면 코로나를 이길 수 있다.”라는 ‘중세적’ 광신이 낳은 비극이었다. 진중권 교수는 이에 대해 “종교가 아니라 미신이다.”라고 맹비난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일부 기독교인의 행태에 분노했다. 신천지 사태는 말할 것도 없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하다. 미국은 기독교 민족주의라는 현상이 있다. 미국인은 신에 의해 선택되었으며 신은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믿음이다. 실제로는 보호하기는커녕 가장 많음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왔다.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은 과학을 신뢰하지 않으며 백신을 잘 맞지 않는다. 기독교 보수주의가 강한 미국 남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진화론을 거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염병과의 싸움은 종교적인 광신과의 싸움의 역사였다. 1918년 스페인 독감 당시 사모라(Zamora)시의 주교도 독감을 극복하려면 신에게 용서를 빌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보건당국의 반대를 무릎 쓰고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여 스페인에서 최고의 사망률이 나왔다. 얼마나 많은 사망자가 나왔는지 관을 짤 나무를 구할 수도 없었다.
종교뿐만 아니라 과학이슈, 정치적 성향 같은 분야에서도 각종 음모론과 가짜뉴스 그리고 잘못된 인식이 나타난다. 이를 막기 위하여 팩트 체크 등이 동원되지만 막지 못한다. 2023년 연구에 의하면 이런 시도는 무용지물이다. 연구는 음모론이나 가짜뉴스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다룬 연구 25개를 메타 분석했다. 그 결과 이러한 접근방법은 절반에 못 미치는 사람들에게만 효과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지 못했다. 특히 단순한 팩트 체크나 반론의 제기는 음모론이나 가짜 뉴스에 대응하는데 가장 효과가 떨어졌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오류를 스스로 알 수 있게 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최소 3개월가량 교육하는 것이었다. 문해력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합리적·과학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우리나라 학생의 문해력을 세계 최고수준이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가 81국 69만 명에 이르는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나라는 읽기 영역에서 515점을 기록해 아일랜드, 일본에 이어 3위였다. 2006년 556점과 비교하면 낮아졌지만 상위권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체로 입시와 성적경쟁이 치열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지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도 거의 책을 읽지 않는다. 그 결과는 나이를 먹을수록 문해력이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청소년기에는 그나마 입시공부로 유지되었지만 독서가 없으니 자연스럽다. 40대 이전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해력은 상승하고, 중년 이후에는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젊은 층에서는 문해력이 오히려 좋아지다가 나이가 많아지면서 비교적 완만하게 감소한다. 그러나 한국은 모든 연령대에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주며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하락 폭은 더 커진다.
2012년 조사에서 25~34세였던 사람이 2022년에는 10년 사이에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성인의 문해력은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500점 만점에서 249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260점보다 11점 낮게 나타났다. 학생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성인들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10년 사이에 20점 이상 점수가 하락하면서 수준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국가이다. 그것도 30~40대가 그렇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엘리트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지적능력도 뚝 떨어진다. 과학에는 반지성적이고 종교적 믿음에는 미신적이고 맹목적인 신앙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사람 중 16.6%가 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추지 못했다. 60세 이상은 41.7%이다. 일상생활에 충분한 문해력 수준을 중학교 수준으로 설정한다(2023년). 낮은 문해력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협한다. 가짜 정보와 소문에 휘둘리며 의사 결정권자가 엉뚱한 판단을 내리거나,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는 큰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