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은 출생 직후부터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말한다. 영국의 경우 부유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기대수명 격차는 뚜렷하다. 부촌에서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은 88세, 빈촌에서 태어난 아이는 76세였다. 무려 12년이나 차이가 났다. 부유한 사람들의 선천적 유전자가 우월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 요인도 강할 것이다. 캐나다에서 연구한 자료를 보면 빈곤한 도시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생물학적 노화가 빠르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30년 동안(1990~2020) 미국에서 카운티별 빈곤 수준에 따른 사망률 격차가 더 커졌다. ‘연방빈곤선’ 기준 이하 인구가 20% 이상으로 빈곤도가 높은 카운티는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이 1990~1994년 1007.7명에서 2016~2020년 891.9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빈곤인구 10% 미만인 저 빈곤 카운티의 연령 표준화 사망률은 같은 기간 868.7명에서 678.6명으로 감소했다. 저 빈곤 카운티의 사망률이 22% 감소하는 동안 고 빈곤 카운티의 사망률은 11% 감소한 것으로 차이가 크다.
https://www.cell.com/med/pdf/S2666-6340(24)00450-1.pdf
실제로 주거 불안이 흡연이나 비만보다 생물학적 노화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는지를 밝힌 연구가 2023년 발표되었다. 생물학적 노화란 신체 조직이나 세포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말한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가속화된다.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주택을 임차해 거주하는 사람은 ‘연간’ 약 17일 더 빠르게 생물학적 노화가 일어났다는 연구가 나왔다. 비만인 경우 생물학적 노화 가속도보다 2배, 흡연의 경우 보다는 50%, 실직한 경우보다 일주일가량 더 노화속도가 빨랐다. 임차료를 체납했을 땐 연간 12일, 임대비용에 부담을 느끼면 연간 5.5일, 원치 않는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 연간 3.3일 노화 속도가 빨라졌다.
‘돈’은 우리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종교나 다름없다. 그것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유아 때부터 시작된다. 불평등에 분노하면서 돈을 더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드라마「오징어 게임」은 수백억 원을 목숨까지 내걸고 참여하는 게임이다. 게임 참가자는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구조조정으로 실직하고 사채와 도박판을 전전하던 사람이 당뇨병에 시달리는 어머니 치료비가 없어 참가했다. 사연은 많았다. 오징어 게임은 승자가 다 갖는 제로섬 게임(zero-sum)이다. 우리 사회는 제로섬 게임이 작동하는 걸까. 피곤사회로 치닫는다. 2024년 오징어게임2가 개봉되었다. 우리 사회는 또 다시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침팬지의 유인원 사회와 거의 같다. 인간도 생물학적으로 유인원의 곁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