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의 인간은 고등 포유류의 군집과 유사한 종족 형태로 군집을 이루며 살았다. 이러한 군집생활이 부족과 씨족 조직으로 이루어지는 데는 매우 느리고 긴 진화과정이 필요했다. 이러한 조직이 최초의 가족의 기원인 일부다처제나 일부일처제로 나타날 수 있기까지는 또 한 차례 아주 긴 진화가 진행되어야 했다. 가족은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아주 최근에 나타난 산물이다. 소수의 육식동물이나 소수의 유인원을 제외하고 소규모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고등한 포유류는 없다.
일부일처제는 인간이 만들어낸 매우 특이한 제도 중 하나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자손을 남겨야 하는 생물체 존재의 원래 목적에 들어맞지 않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이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 유일한 종은 아니다. 새들은 약 90%가 일부일처제이다. 포유류 중에는 늑대, 비버, 수달, 여우를 비롯해 일부 박쥐 종들이 그렇다. 그러나 포유류의 경우 3~5%의 종만 일부일처제이다. 그중에서 초원들쥐라는 짝에게 평생 순정을 지키는 동물로 알려졌다. 초원들쥐에게 고등한 자유의지가 있을 리는 없고 이들에게 나오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란 호르몬이 많기 때문에 이렇듯 일부일처제를 고수한다. 이 호르몬은 포유류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게 하는 물질로 알려졌다. 그런데 2021년 연구에 의하면 여우원숭이의 경우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게 하는 뇌 회로가 초원들쥐와는 매우 상이하다. 동물 종마다 다른 방식으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여우원숭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서로 털 고르기를 해주는 등을 하고 일생의 1/3을 같은 짝과 함께 보낸다. 그러나 일부 여우원숭이 종들은 상대를 자주 바꾸며 난잡하다. 이들 여우원숭이 뇌의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여우원숭이 종과 그렇지 않은 여우원숭이 간에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런데 들쥐와 원숭이는 호르몬 수용 체의 밀도 및 분포에서 큰 차이가 있다. 즉,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호르몬이 여우원숭이의 경우 뇌의 다른 부분에서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게 하는 생물학적 배경은 종마다 다름을 알 수 있다. 일부일처제가 뇌에서 나타나는 방식은 동물에 따라 다르고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일처제는 유전자와 뇌에서 발현된다는 점은 같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1-83342-6#citeas
일부일처를 따르는 척추동물의 뇌를 분석한 결과 24개 유전자가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일부일처인 5종류의 척추동물의 24개 유전자가 동일한 패턴으로 발현되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4~5억 년 전 척추동물이 처음 나타난 이후 오랜 진화 과정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일부일처에 맞는 뇌의 유전자 발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 ‘배우자’와만 짝 짓기 하는 ‘일부일처’ 동물들은 뇌 구조나 진화의 역사는 크게 다르지만 그 특성을 갖게 한 유전적 공통성을 갖고 있다. 4~5억 년 전 척추동물의 공통 조상이 출현한 이후 일부일처로 진화할 때 뇌의 특정 유전자 활동을 강화하거나 억제하는 공통적 방식이 있었다. 일부일처제는 공통 유전자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이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여서 인간도 다른 동물과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인간도 같은 유전자가 발현됐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바소프레신은 ‘일부일처 호르몬’이라고도 부른다. ‘파트너’와의 유대를 강하게 해주는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바소프레신의 양이 적은 사람은 ‘파트너’에게 충실하지 않다. 유전적으로만 볼 때 4명 중 1명은 일부일처제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https://blog.naver.com/ksk0508live/222247609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