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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정치: 인식적 신뢰, 허위합의 효과, 확증편향

종교나 정치 이야기는 식탁이나 ‘일상적인’ 모임에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해봤자 좋은 일이 없다. 일부 사람들이 종교와 정치를 음식테이블에서 꺼내서 자기가 옳다느니 논쟁하다가 불편한 일만 생긴다.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굳이 하고 싶다면 학술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학술적이란 ‘근거’에 기초하여 논의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무엇인 근거인지는 어려운 문제이다.


종교와 정치에 나타나는 오류는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된다. 인식적 신뢰(epistemic trust)로 설명할 수 있다. 인식적 신뢰란 타인이 전하는 정보를 믿는 것을 말한다. 인식적 신뢰가 지나치게 강하면 맹목적이 된다. 믿음, 신념 또는 확신이 강한 사람일수록 인식적 신뢰가 강하다. 인식적 신뢰가 높은 사람일수록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즉 잘못된 정보를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사람들은 코로나19 관련해서도 가짜뉴스를 진짜로 인식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믿음이나 신념에 부응하는 가짜뉴스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높다. 가짜뉴스와 음모론 뒤에는 불신과 함께 지나친 인식적 신뢰가 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기처럼 생각할 것이라고 믿는 것을 허위합의 효과(false-consensus effect)라고 부른다. 허위합의 효과는 1977년에 나왔고 오래된 개념이다. 정치나 종교같이 신념이나 믿음과 관련된 주제일수록 강하다. 자신의 신앙과 가치관을 방어하고 정당화하려는 동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신앙에서 특히 더 강하게 나타난다.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니 신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그것이다. 낙태나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하여 질문을 하면 종교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신의 뜻이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와 신의 뜻을 추측할 때 뇌의 같은 부위가 활성화된다. 신의 뜻을 추론하는 과정과 자기 신념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뇌 활동이 유사하다는 의미이다. 신의 뜻을 추론할 때 자기중심적으로 편향되는 것이다. 자신과 신을 혼동하는 오류이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0908374106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것은 확증 편향이다. 확증편향은 내편과 적을 나누는 진영 논리가 판을 치는 한국정치에서 적나라하다. 대의 민주주의는 국민이 뽑은 대표자가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에서는 조정은커녕 특정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하는 ‘이익’ 집단이 우리 편과 적을 나누어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판이다. 지지자 간의 ‘패거리’ 싸움인 것이다. 진보와 보수라는 단어는 내 편과 네 편을 구분하기 위한 용도로 악용된다. 그것의 정확한 의미는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과거 보수 진영이 빨갱이라는 단어로 낙인찍었듯이 진보 진영은 적폐로 몰아 세웠다. 내부의 합리적인 비판은 매장되고 ‘배신’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이러한 반 지성주의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이다. 우리사회는 민주주의 가장 큰 위협이 횡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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