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미생물이 조정하는 우울증: 마음이 우울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때때로 우울해진다. 어떤 사람은 병적으로 우울증에 시달린다. 이것도 인간의 마음이 아파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장내미생물이 인간의 정신 또는 마음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장내미생물이 우울증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장을 제 2의 뇌로까지 생각하고 있어 심지어는 인간의 뇌에 영향을 준다고 하여 호모 박테리아누스라고 까지 말하기도 한다.
장내미생물 조성은 정신적인 삶의 질과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 장내미생물을 바꾸면 정신건강도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장내미생물 가운데 10가지 속(屬)의 박테리아가 정신건강과 관련이 있다. 일부 장내미생물은 인간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져 ‘사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고 불린다. 언젠가는 정신건강보조식품으로 사이코바이오틱스 제품이 등장할 것이다.
장내미생물들은 글루탐산, 세로토닌, GABA와 같이 우울증과 관련된 신경 내 화학전달물질 합성에 관여한다. 우울증과 관련 있는 세로토닌의 대부분은 장내 세균이 만든다. ‘어떤’ 장내미생물이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내면서 우울증이 없어질 수 있다. 신경전달물질이 적으면 우울증이 심해진다. 우리가 느끼는 우울증 같은 정신활동도 미생물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의 우울증을 장내미생물이 조정하는 것이다. ‘마음’이 우울한 것이 아니라 장미생물이 우리를 조정하는 것이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인관관계도 일부 밝혀졌다.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모가넬라 모르가니(Morganella Morganii)라는 장내미생물은 만성염증을 유발하고 이 만성염증이 뇌에 악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유발한다. 이 장내매생물이 만드는 물질(diethanolamine)이 인체의 면역반응 신호물질(IL-6(interleukin-6)이 만성염증을 유발한다. 물론 장내미생물이 우울증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며 장내미생물은 다양해 이것만이 유일한 기전이 아닐 수 있다.
https://pubs.acs.org/doi/10.1021/jacs.4c15158
‘마음’이 우울한 것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정반대 방향의 현상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마음’을 바꾸면 장내 미생물도 바뀐다. 예를 들어 오랜 기간 명상을 하면 장내미생물이 건강하게 바뀌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명상이 장내 미생물 구성을 바꿔 다시 불안,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부정적 생각이 많아지면 장내미생물도 달라진다. 행복감을 느낀 사람에 많은 장내 미생물이 부정적 감정 상태인 사람에게는 적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장내 미생물 건강도 나빠져 우울증을 유발한다. 사실상 ‘나’와 장내미생물은 구별할 수가 없다. 우리의 생각이 뇌에 의하여 생기듯이 우리의 심리상태는 뇌와 미생물의 작용으로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