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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스타일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와 호르몬

사랑 스타일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와 호르몬

성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는 페로몬(pheromone)을 맡은 동물은 거부할 겨를도 없이 상대에게 저절로 이끌린다. 페로몬은 개미 같은 곤충의 집단 활동을 조정하거나 위험신호를 보내는 의사소통 수단으로 활용되는 체내 분비 화학물질이다. 여왕벌이 수많은 무리를 이끌고 있는 것도 페로몬 때문이다. 일부 동물은 성적 유인이나 교미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없었다.


2020년 처음으로 성적인 유혹을 할 때 쓰이는 페로몬을 포유류에게서 찾아냈다. 수컷 알락꼬리 여우원숭이(Lemur catta)가 손목에서 과일과 꽃향기를 내는 화학물질을 분비해 암컷을 유혹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원숭이 이름이 ‘여우’인 것도 재미있다. 수컷 원숭이가 번식기가 되면 꼬리를 이용해 손목에 있는 취선(臭腺, scent gland)을 문지른 뒤 암컷을 향해 손을 흔들며 냄새를 풍기면서 추파(stink flirting)를 던진다. 취선은 동물의 체내에서 냄새가 나는 분비물을 분비하는 분비샘이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은 평소보다 페로몬 물질을 2배 더 많이 분비하고 암컷은 냄새에 쉽게 끌린다. 나이든 원숭이보다 젊은 원숭이가 페로몬 물질을 더 강하고 오래 내뿜는다. 이번에 발견된 물질이 영장류에 공통되는 페로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끌리는 것은 호르몬 때문이다.


인간 남자들은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면 단 5분 만에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나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은 14%, 코티솔(cortisol) 생산량은 45%까지 증가하며 기분이 좋아진다. 코티솔이 증가하면서 매력적인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며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며 성기능이 잘 작동하게 된다. 번식이라는 생물학적 요구와 성기능은 동어반복이다. 하지만 사랑과도 동어반복이라고 한다면 그리 기분 좋은 말은 아닐 것이다. 성 호르몬이 나오지 않으면 성욕뿐만 아니라 사랑도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도 물려받은 유전자와 호르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목도리도요(ruff)라는 도요새는 대표적인 일처다부제 조류이다. 해마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들은 특정한 곳에 모여 암컷에게 구애한다. 이들이 하는 짝짓기는 각각 다르며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호전적이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독립방식, 차분하게 움직이며 상대방의 주변을 도는 위성방식과 암컷의 행동을 따라하는 모방방식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그동안 수수께끼였지만 2025년 유전자로 인한 호르몬 차이 때문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체내에서 분비되는 안드로겐 호르몬 때문이다. 안드로겐은 남성을 형성하는 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 테스토스테론이 있다. 그리고 특정 유전자(HSD17B2)가 결정적으로 안드로겐의 생성 차이를 유발한다. 안드로겐 수치가 높은 수컷은 독립방식을 많이 하며, 낮은 경우 외모가 암컷과 비슷하고 모방을 많이 사용하고, 중간 정도는 위성 전략을 종종 사용했다. 타고난 유전자와 호르몬 차이가 ‘사랑’ 방식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p5936


인간에 대한 연구는 보지 못했지만 유사하리라 본다. 사랑의 스타일도 유전자와 호르몬이 큰 역할을 한다. 알면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자연과 인간을 더 많이 이해할수록 더 ‘깊은’ 사랑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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