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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종속된 인간문명


인간문명은 지구라는 생태계의 하나이다. 당연히 인간 문명은 자연과 지구생태계에 종속되어 있다. 기후변화, 태양과 화산활동의 변화는 인간역사의 패러다임을 종종 바꾸었다. 문명의 교체도 인간해방을 가져온 프랑스혁명도 인간이 독자적으로만 이룬 것은 아니다.


기원전 2천 2백 년경 세계 최초의 제국으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의 아카드 제국이 갑자기 사라졌다. 몇 년 간 지속된 혹독한 가뭄과 그로 인한 식량부족 때문이었다. 게르만족의 대이동도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부족이 원인이었다. 이로 인해 로마가 멸망했다. 몽고의 서진과 유럽 침략도, 훈족의 대이동도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마야문명, 앙코르와트의 몰락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천 년 동인 발생한 화산 폭발로 수많은 중국 왕조가 몰락했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황산 구름이 1~2년간 햇빛을 가려 여름 기온을 낮추고 장맛비가 적게 오게 하여 가뭄이 들어 가축이 죽고 농토는 황폐화되어 흉년이 되면서 왕조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학정과 부패, 인구밀도 증가 같은 정치, 사회경제적 압박이 이미 고조돼 있을 때는 작은 화산 폭발로 인한 충격만으로도 왕조가 붕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대형 충격 때는 ‘인간에 의한’ 압박 요인이 없더라도 왕조 붕괴로 이어졌다. 20세기 이후 화산 폭발은 지난 2천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지만, 중간 정도의 화산이 1970~1990년대 사하라 지역에서 총 25만 명의 사망자를 내고 1천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킨 가뭄에 일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와 결합한 미래의 대형 화산 폭발은 가장 인구가 많고 소외된 지역의 농업에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상 기후도 가뭄과 기근을 가져와 중국의 주요 고대 왕조가 멸망했다. 첫 번째 심각한 가뭄은 기원전 110년에서 서기 280년까지로 한나라 말기와 삼국 시대에 해당한다. 이 시기 중국 전체 인구는 가뭄에 따른 기근으로 6000만 명에서 3000만 명으로 반이나 줄었다. 2번째 심각한 가뭄은 서기 330년에서 770년으로 수나라가 중국을 통일한 뒤 곧 무너졌고 당나라가 일어났을 때였다. 3번째 심각한 가뭄은 서기 950년에서 1300년까지로 송나라가 일어난 뒤 몽골족이 이끄는 원나라에 무너졌을 때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5-56687-z


인간은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자연의 영향을 받으면 자연과 공존한다. 물론 우리 인간이 자연을 개발하며 문명을 이루었지만 강력한 자연재앙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앞으로 어떤 재앙이 닥칠지는 예측하기는 어렵다. 어디서 어떤 대형 화산이 폭발할지, 대지진이 발생할지, 소행성이 충돌할지 분명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긴 시간으로 보면 우리 인간은 또는 우리 인간 종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종속적’ 운명이다. 인간은 우주의 주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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