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의 과학
시차증세(jet lag)는 보통 해외에 비행기를 타고 가면 나타난다. 시차가 큰 곳으로 가면 현지 시간과 신체가 인식하고 있는 생체시계(Circadian clock) 사이의 부조화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시차가 생기면 시차피로(jet lag syndrome)를 겪는다. 불면증, 두통과 피로, 변비와 소화불량이 흔한 현상이다. 인체가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시차 극복 방법은 없다.
전 세계 사람 중 70~80%의 생체주기가 24시간보다 길다고 한다. 따라서 지구 자전방향의 반대인 서쪽으로 이동하면 낮이 길어져 적응이 쉽다. 반면, 지구 자전과 같은 방향인 동쪽으로 가면 낮이 짧아지면서 시차 피로가 더 커진다. 실제 연구에 의하면 9시간 시차를 둔 동쪽 지역으로 이동할 때 가장 큰 시차 피로를 느낀다. 서울에서 보면 미국이 이에 해당한다. 동쪽으로 12시간 차이나는 지역으로 이동할 때보다도 회복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차적응을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약 16시간 동안 금식을 하다가, 도착지 아침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하면 시차적응에 도움이 된다. 장과 뇌가 빨리 새로운 시간에 적응하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https://doi.org/10.1063/5.0157524
그런데 이러한 생체시계의 혼란이 뇌 신경세포인 뉴런을 보호하고 퇴행성 신경질환을 예방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수면·각성 주기를 제어하는 뉴런이 인간과 아주 비슷한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이 초파리들은 헌팅턴 병에 걸린 초파리들이었다. 낮 시간을 길게 하거나 생체시계를 제어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게 하여 초파리의 생체리듬을 바꾸었더니 헌팅턴 병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줄고 사멸하는 뉴런도 감소했다. 생체시계를 약간 조작하여 바꾸면 약간의 스트레스가 뇌신경을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약간의 스트레스는 몸에 이롭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