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의 기원과 혼란스러운 증거
현생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등장했다는 게 정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현생 인류의 진화가 시작됐는지는 불투명했다. 가장 오래된 유골은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반면, 가장 오래된 혈통은 남아프리카에 주로 살기 때문이다.
현생 인류의 발상지는 20만 년 전 아프리카 남부의 칼라하리 지역이며, 이들은 13만 년 전 기후 변화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시작했다는 연구 결과가 2019년에 나왔다. 오늘날 칼라하리 지역은 사막과 소금의 땅이지만 한때는 빅토리아 호수의 두 배나 되는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이 호수는 약 20만 년 전 광활한 습지로 변해갔다. 이는 2만1천년마다 태양과 달의 인력 작용으로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가 바뀌면서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습하고 건조한 상태가 주기적으로 반복해 나타난 데 따른 것이었다. 남반구 여름이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근일점)에 있을 땐 남아프리카 여름은 무척 덥고 비도 많이 온다. 반면 1만년 후 자구 자전축이 반대로 기울어져 태양에서 가장 먼 지점(원일점)일 때의 남부 아프리카 여름은 건조하고, 이에 따라 식생도 열악해진다. 이러한 패턴을 컴퓨터로 재현한 결과 13만 년 전에는 칼라하리 북동쪽 탄자니아, 잠비아 지역이 습해져 녹지축이 여기까지 확장됐다. 11만 년 전에는 남서쪽 나미비아, 남아공 지역으로 또 다른 녹지가 형성됐다. 녹지축이 확장되면서 인류는 이를 따라 처음엔 북동쪽으로, 그 다음엔 남서쪽으로 이주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생 인류가 훗날 아프리카 바깥으로 이주하는 길을 닦았다. 물론 이번 연구로 현생 인류의 초기 진화사가 모두 확정된 건 아니다. 13년 전 이주를 시작했다는 이 연구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 반증이 나왔다.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남부 열대우림에서 15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살았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아프리카 고대 열대우림이 초기 인류가 살 수 없는 곳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열대우림도 초기 인류가 거주하며 진화해온 중요한 지역 중 하나였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열대우림에 거주한 것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증거는 약 7만 년 전 동남아시아 유적이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약 1만8천 년 전 것이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8613-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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