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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선택의 진화론 평균과 표준편차


2023년 말 홍콩 여배우 오천어가 억만장자 3세 시백웅과 결혼을 발표했다. 오천어는 2015년 ‘내 사랑 왕가흔’으로 캘리포니아 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시백웅의 할아버지는 정치인이자 홍콩 기업가이다. 미녀와 부자가 결혼하는 인간사회의 결혼풍경이다.


미녀와 부자와 결혼하는 것은 진화에 충실한 행동이다. 영장류와 포유류는 거의 대부분 암컷이 임신과 양육의 짐을 진다. 단 한 번의 성관계로 엄청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자를 까다롭게 고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생존과 번식을 위하여 많은 경제적 ‘자원’을 가져다주거나 가족을 보호해주고, 새끼를 잘 키울 수 있는 수컷을 선택한다. 바람 끼 역시 없어야 한다. 반면 수컷은 자신의 새끼를 건강하게 낳고 잘 키울 수 있는 암컷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인간의 경우 젊음과 건강을 나타내는 신호인 깨끗한 피부, 두툼한 입술, 대칭적인 얼굴과 날씬한 몸매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자연선택 되었다.

여자가 경제력이나 권력을 가진 남성에게 끌리는 것은 진화과정에서 물려받은 본능 때문이다. 여러 문화권에서 여성은 연상의 남성을 더 매력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연하나 동갑보다 연상의 남성이 지위가 더 높고 경제력을 더 잘 갖추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모에 관해서라면 여성은 키 크고 체격이 좋은 남성을 선호한다. 가족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자원을 지키는 데에 중요한 요소였었기 때문이지 멋있어서가 아니었다(조선일보, 2015.4.25. 장대익 서울대 교수. 편집).


반면 일부다처제를 유지하는 영장류는 인간과는 좀 다르다. 예를 들어 개코원숭이는 일부다처제이다. ‘힘 있는’ 수컷이 여러 암컷을 거느리고 짝짓기를 한다. 힘센 수컷이 우두머리가 되고 거의 유일한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힘센 수컷은 좋은 유전자를 가졌을 것이고 그 새끼도 그랬을 것이다.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이들 원숭이 암컷은 똑똑한 수컷에게도 관심은 보인다. 실험적으로 복잡한 구조의 먹이통을 사용해 수컷을 훈련시켰더니 먹이통을 잘 여는 수컷 주변에서 암컷들이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집중적으로 털을 손질해줬다. 암컷끼리도 이 수컷을 두고 경쟁 심리도 나타났다. 하지만 번식을 하는 수컷은 여전히 우두머리 수컷이다. 인간의 경우 똑똑하면 평균적으로 더 잘 살기 때문에 배우자 선택에서 유리하다. 배우자 선택은 동물마다 각각 다른 진화경로를 밟았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여자는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남자의 외모보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기준으로 삼는다. 왜냐하면 예나 지금이나 사회적 지위는 많은 자녀를 낳아 잘 양육하고 결혼시키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1939년과 1956년, 1967년, 1980년대 등 시대별로 이뤄진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여성들은 배우자를 택할 때 경제력을 우선시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바뀌지 않고 같았다. 남성이 원하는 배우자 조건과 비교했을 때 여성이 경제조건에 주는 점수는 2배 이상 높았다.


잠시 생각해보자. 진화를 설명하는 것은 매우 ‘평균적인’ 스토리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통계의 표준분포처럼 다양하다. 많은 여자 또는 남자들은 자신과 얘기도 통하는 사람을 선택한다. 어떤 사람은 아주 지적인 사람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그런 사람을 기피한다. 진화론으로 설명하는 것은 평균적인 얘기이다. 인간에게는 표준편차가 상당하다. 그 표준편차를 다양성이라고 한다. 그 모든 존재를 인간이라고 부른다.

https://doi.org/10.1098/rspb.2024.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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