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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기원, 빙하기와 온난화 그리고 인류의 미래

농업 복수 기원설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농업이 시작되었다는 주장이다. 기원 전 약 7천 년경부터 기원 전 3천 년경까지 신석기 시대는 여러 가지 혁명적인 발전이 현저하게 나타난 시기이다. 즉, 땅을 적극적으로 경작하는 초기 농경의 형태가 나타났으며 야생동물을 길들여 양과 소를 목축하게 되었다. 이러한 혁명은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복수기원설이다. 실제로 길들인 짐승과 재배용 식물에 기반을 둔 신석기 사회가 기원전 1만 년 이후 근동뿐만 아니라 인도, 아프리카, 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남아메리카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차례 독립적으로 등장했다. 세계의 두 반구인 구세계와 신세계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신석기 기술이 신속하게 확산되고, 밀과 쌀, 옥수수, 감자 등이 다양한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재배되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선사시대의 시간단위로 따지자면, 그 변화는 비교적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점진적인 과정이었다.


복수기원설을 지지하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 2016년 런던대학(University College London) 가렛 헬렌탈 교수 등의 공동연구진은 기원전 8천 년경 고대 이란인의 DNA의 분석 결과 이들에게서 곡물을 섭취한 흔적이 발견되어 농경민임을 확인하였다. 이들의 유전자가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과 비슷한 점으로 보아 농업이 이란에서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로 전파된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반면 이들의 유전자는 아나톨리아 반도(터키) 사람과는 크게 달라 이들은 인적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터키인이 독립적으로 농업을 아시아와 유럽으로 전파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것이다. 다른 연구도 농업의 복수 기원설을 뒷받침한다. 이렇게 선사시대에 농업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한 것은 놀랍고도 중대한 사실이다. 수백만 년에 걸쳐서 진화해온 인류가 불과 몇 천 년 사이에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떨어진 아메리카 대륙도 농업이 독립적으로 시작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농업이 시작된 것이 종전에는 기원전 4천년 경이라고 보았으나 훨씬 과거인 기원전 약 8천 년경임이 1997년에 밝혀졌다. 당시 스미소니언 연구소 주도로 실시된 연구에서 멕시코의 동굴에서 발견된 호박씨와 과일 껍질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중국이나 중동지역에서 농업이 시작된 것과 거의 같은 시기인 기원전 8천 년경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보편적인 ‘흐름’이 인간에게 내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메리카의 경우 농업이 시작된 후에도 8천년 이상이 지나서야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옥수수를 재배했지만 생활양식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정도가 되지 못했다. 초기 옥수수 열매가 아주 작았고, 기원 전 15세기가 돼서야 굵어져 겨우 인간의 배를 채울 수 있었고 옥수수가 지금처럼 커진 것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들어올  무렵이었다. 고고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신세계’에서 옥수수가 기원전 약 7천 년 전에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고추는 기원전 2천 년 이전에 남아메리카에서 재배되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은 페루 남부로부터 바하마 제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서 수천 년 전부터 여러 종류의 고추를 재배했음을 보여주는 화석 증거가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에콰도르 남서부에서 발견된 기원전 4천여 년 전의 것이라고 발표했다(2007년). 한편 농업혁명이 호주, 알래스카, 남아메리카에서 일어나지 않은 것은 그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식물과 동물이 작물이나 가축화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이 농사를 시작하고 가축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지구상 기후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북미와 유럽의 꽃가루 화석 642개를 분석한 결과 인간이 없었다면 지구의 기온은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지금은 간빙기로 지구는 자연적으로는 빙하기로 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본격적인 활동으로 온도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에 이은 온난화로 지구기온은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한 인간의 토지 사용과 농업, 도시화 등으로 식물생태계가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시점인 기원전 9000년경 식생변화가 정점을 찍은 후 기원전 2000년경까지 식생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기원전 2000년경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서 꽃가루의 종류가 급격히 달라지는 현상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전 지구적인 식생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2/6544/860


이때 영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인류문명의 직접적 영향과 기후변화가 지구 식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식생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인류문명이 온난화를 극단으로 몰고 가서 자멸할지, 아니면 다시 빙하기기가 찾아와서 급락할지 아니면 중간의 길을 갈지는 알 수는 없다. 그것은 과학의 발달과 인류의 선택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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