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bird) 중의 아인슈타인 앵무새
새는 아주 작은 머리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산수’를 셀 수 있을 만큼 영리한 새도 있다. 바로 까마귀와 앵무새이다.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잘 따라한다. 노래도 따라 부른다. 소리를 흉내 내는 능력은 앵무새뿐만 아니라 명금(songbird)과 벌새도 있다. 노래를 따라 부르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성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뇌 기능도 있어야 한다. 이들 3종의 새는 모두 뇌 속에 노래 핵(song nucleus)이라는 부위가 있다. 다른 새는 소리를 학습하는 유전자가 노래 핵의 중심부에서만 발현된다. 반면에 앵무새는 노래 핵의 중심과 바깥에서도 유전자가 발현되어 더 뛰어나다.
앵무새인 잉꼬와 금화조(zebra finch)는 다양한 소리로 노래한다. 금화조(zebra finch)는 소리를 모방할 수는 있지만 사람의 말은 앵무새만 흉내 낼 수 있다. 앵무새와 금화조는 노래 부를 때 사용하는 뇌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앵무새는 인간과 비슷한 뇌 메커니즘을 사용해 복잡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앵무새의 뇌는 말을 할 때 인간 뇌에서만 볼 수 있는 활동 패턴을 보인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8695-8
오래 전에는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밝혀져서 세상을 놀라게 했었다. 지금은 새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상식이 되었다. 앵무새는 도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구를 순서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앵무새는 과일 등을 따먹을 때 최대 3종류의 도구를 목적에 맞게 활용한다. 나무에서 잘라낸 두껍고 단단한 나뭇가지, 껍질을 벗긴 보통 크기 나뭇가지, 가는 나뭇가지를 사용한다. 단단한 열매에는 굵은 나뭇가지를 사용하고 과일 속을 꺼낼 때는 가는 나뭇가지를 이용한다.
앵무새는 또한 서로 다른 도구를 이용해 흰개미를 잡는 침팬지 정도의 지능을 가졌다. 앵무새는 어떤 도구가 필요할지 인지하고 필요에 따라 적합한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모든 앵무새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열 마리 중 일곱 마리가 도구를 사용해 무언가를 꺼내 먹었고 두 마리는 더 빨리 꺼냈다. 어느 집단이나 지능의 차이는 있다.
앵무새는 열대지방과 아열대지방, 그리고 남아메리카와 호주의 온대 지역에까지 널리 분포한다. 앵무새는 야생이든 집에서 기르든 특이한 식습관이 있다. 뭐든 한 두입 먹고는 바닥에 팽개친다. 주식인 열매와 씨앗뿐만 아니라 꽃, 잎, 가지, 싹, 기생충, 껍질 등을 먹다가 떨어뜨린다. 번식시기보다는 비번식기에 더 많이 버렸고, 낯선 외래식물이나 덜 익은 과일을 먹을 때에도 더 많았다. 앵무새가 배가 고프건 아니건 버리는 양은 차이가 없었다. 버리는 행동이 ‘어떤’ 의도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앵무새가 버리는 것을 찾아 동물이 모인다. 연구에 의하면 86종의 동물이 앵무새가 버린 먹이를 찾아온다. 찾아오는 86종의 동물 중 27종은 씨앗을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곤충이 꽃에서 양분을 먹고 씨를 퍼뜨리듯이 앵무새도 씨앗을 퍼뜨리는 기능을 한다. 앵무새는 생태계의 순환을 촉진시키고 다른 생명도 혜택을 본다. 앵무새는 특이하게 과수원에서 크고 질이 좋은 과일을 얻기 위해 꽃과 어린 열매를 솎아낸다. 덜 익은 열매를 때냄으로써 더 크고 맛있는 열매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