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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끼리 암컷끼리 새끼 낳는다

포유동물을 인위적으로 수컷 또는 암컷 세포의 유전자로만 이루어진 배아를 만들면 심각한 결함이 생겨 성체까지 자라기 어렵다. 유전자가 같은 성별에서 오면 ‘각인(imprinting) 유전자’ 이상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태아는 부모에게서 각각 DNA를 반반씩 물려받는다. 이때 부모 양쪽에서 받은 똑같은 유전자 두 개가 충돌하지 않도록 한쪽 유전자에 메틸기를 붙여 작동하지 않게 한다. 이를 유전자 각인이라고 한다.


2004년 두 암컷 생쥐 사이에서 새끼를 태어났다. 암컷만으로 새끼를 갖게 하려고 암컷의 유전자 중 상당 부분을 제거하여야 했다. 2018년에는 두 암컷의 유전자를 편집해 건강한 새끼 생쥐를 탄생시켰다. 암컷 두 마리의 어미 사이에서 쥐는 성공적으로 성장하여 생식 능력도 가졌고 3대째로 이어갔다. 그러나 두 마리의 수컷 쥐 사이에서 탄생한 쥐들은 모두 죽었다. 더 많은 유전자 ‘조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미국 텍사스 대학 연구진은 줄기세포를 수정란으로 자라게 해서 생쥐를 탄생시켰다.


2022년 난자만으로 자손을 낳는 단성생식이 포유류인 생쥐에서 실현됐다. 먼저 발생 초기 단계에서 미 수정 난자의 유전자를 두 배로 증가시켜 유전자 양에서는 일반 수정란과 똑같게 만들었다. 이후 유전자 가위로 각인 유전자 7개를 교정하여 인위적으로 유전자 각인을 유도했다. 이를 통해 새로 추가된 암컷 유전자는 수컷 역할을 하게 한 셈이다. 미 수정 난자의 유전자를 교정해 수정란을 만들어 자궁에 착상한 후 태어났고 이 생쥐는 새끼도 낳았다. 그러나 단성생식으로 태어난 새끼는 체중이 적었으며 일부 유전적 결함도 보였다. 2023년 엄마 없이 아빠 둘 사이에 생쥐 7마리가 태어났다. 수컷 생쥐 체세포로부터 만든 난자를 다른 수컷의 정자와 수정시켜 새끼를 탄생시켰다. 유전자를 편집하지 않고 성공하였다.


2025년 1월에도 암컷 없이 두 수컷으로 새끼 쥐가 탄생하여 성체까지 자라는데 성공했다. 발달 과정에서 장애가 생기는 문제를 정교한 유전자 교정기술로 극복했다. 그러나 성체까지 자란 새끼 쥐는 생식능력이 없어 완벽한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생존 가능한 배아 중 11.8%만이 출생까지 이어졌고 출생한 생쥐 대다수는 성장에 이상이 있었다. 전체 시도 중 극소수만 성체까지 자란 것이다. 하지만 더 복잡하고 맞춤화된 유전자 변형을 통해 재생의학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https://www.cell.com/cell-stem-cell/fulltext/S1934-5909(25)00005-0


게다가 이젠 생물의 성별을 태어날 때 바꿀 수도 있다.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날 생쥐의 성별을 결정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알을 낳지 못하는 수컷 병아리가 매년 50억 마리 정도가 태어나자마자 도살된다. 포유류의 성은 성염색체에 의해 결정된다. 암컷은 한 쌍의 X 염색체를, 수컷은 X 염색체와 Y 염색체 하나씩을 갖고 있다. 유전자편집기술로 원하지 않는 쌍의 염색체가 수정되는 것을 막았다. 이 기술로 100% 성별을 결정하는 데 성공했으며 태어난 새끼도 건강했다. 이 기술은 다른 포유류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친다. 유전자 오류로 잘못 태어나 아기 때부터 심각한 고통으로 살다가 죽는 것보다, 매년 수십억 마리의 병아리를 분쇄하여 죽이는 것보다는 더 나쁜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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