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질병 치료제


인간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오랜 시간 자연 안에서 살면서 진화해왔다. 인간은 몸 안까지도 생태계와 이어져있다. 인간은 체내에 존재하는 장내미생물과 공생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환경과 분리하여 인식한다. 과학은 이런 생각을 전적으로 부인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진화의 역사만큼 자연과의 공생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자연 안에서 수면, 식욕, 각성, 기분을 느끼면서 유전자와 뇌 그리고 생체시계에 반영되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만 해도 인간은 감명 받고 감정이 고양되는 이유이다.


하버드대학 생물학과의 에드워드 윌슨은 현대인에게는 바이오필리아, 다시 말해 ‘녹색갈증’이 있다는 주장을 했다. 오랜 세월 사냥과 채집생활을 한 인간의 유전자에 내재된 광활한 자연에 대한 욕구 말이다.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은 60세를 넘긴 루소가 인생의 말년 쓸쓸한 마음으로 스위스의 호숫가에 은둔하여 살면서 쓴 책이다. 그는 매일 긴 산책을 했다.『말제르브에게 보내는 편지』에 루소의 심정이 드러났다. “저를 그늘로 뒤덮는 위풍당당한 나무들, 주변을 둘러싼 우아한 관목들, 발밑에 밟히는 다양한 풀과 꽃들은 정신을 사로잡아 끊임없이 관찰하고 감탄하였다.”


“사람이 고칠 수 없는 병은 자연에 맡겨라.”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자연은 질병예방과 치료 효과가 있다. 외과수술은 받은 사람은 창밖으로 자연이 보이는 병실에 있으면 회복속도가 빠르다. 진통제도 덜 필요했고 평균적으로 하루 먼저 퇴원하였다. 자연 속에 있거나 자연을 보기만 해도 통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1984년 로저 울리히(Roger Ulrich)가 처음 논문으로 제시한 내용이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병실 창문에 녹지가 보일 때 진통제를 덜 사용하고 회복기간도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의 자연풍경도 효과가 있다.


교도소에서 철창 밖으로 자연이 보이는 감방에 수감된 사람은 진료요청을 덜 한다. 자연이 그려진 포스터를 벽에 붙여도 유사한 효과가 나타났다. 자연에 많이 둘러싸인 사람은 다양한 질병에 덜 걸린다. 이와 관련한 연구가 이어졌으나 통증완화 효과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2025년 통증완화 효과가 뇌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졌다. 단순히 심리적 요인에 의한 위약 효과가 아닌 것이다. 자연풍경을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감각 지각과 관련한 뇌 활동이 약해지면서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무뎌진다. 자연풍경을 보는 동안 아플 때 받는 뇌의 원시 감각신호가 감소한다. 자연이 통증을 줄여주는 것은 밝혀졌지만 뇌에 영향을 미쳐 통증을 완화해주는 걸 확인한 건 처음이다. 자연의 통증완화 효과는 진통제의 절반 수준으로 보조요법으로 쓸 수는 있다. 급증하는 현대인의 질병의 배경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5-568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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