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늙은이’ 은하와 과학 패러다임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하늘을 보며 은하를 관측해왔다. 관측 결과 은하마다 구조와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다. 은하는 타원형, 나선형 그리고 불규칙 형 등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타원형 은하는 성간물질이 많지 않아 새로운 별이 거의 태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 늙은 별들이 많고, 별도 많지 않다. 반면 나선형 은하는 별의 탄생이 활발하다. 불규칙 형 은하는 나선은하, 타원은하와 달리 일정한 모양을 갖추고 있지 않다.
나선은하는 나선팔의 종류와 휘감긴 형태에 따라 다시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단 두 개의 뚜렷한 나선 팔이 휘감긴 그랜드 디자인(Grand design) 나선 은하이다. 나선은하의 약 10%가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우리 은하처럼 여러 개의 나선팔로 휘감긴 다중(Multi-arm) 나선은하가 있다. 나선은하의 약 60%가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나선 팔이 구분되지 않고 양털, 솜털 구름처럼 가스 구름이 가득 채워진 종류가 있다. 이를 양털(Flocculent) 나선 은하라고 한다. 나선 은하 전체의 약 30%가 해당된다. 우리 은하는 중심에 뚜렷한 막대 구조가 있고, 휘감긴 네 개의 나선팔로 이루어진 막대 나선은하로 추정된다. 원반 모양이 관측될 경우 나선은하로 분류하고, 그중에서도 은하의 중심부를 막대 모양 구조가 가로지르는 형태인 경우 막대나선은하이다.
은하의 질서가 생기려면 수십억 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 은하처럼 큰 회전 원반은하가 출현하려면 빅뱅 이후 적어도 60억년은 지나야 가능하다. 즉 은하 형성모델은 은하가 잘 정돈된 원반 형태를 갖추려면 빅뱅 이후 60억년은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은하가 주변의 작은 은하를 합병하고 뜨거운 가스 덩어리를 모아 덩치를 키우고 정돈되려면 이 정도 시간이 걸린다.
빅뱅 이후 혼란으로 가득 찼던 초기 우주에서는 규칙적인 형태의 은하가 거의 없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막대 모양의 은하 구조가 형성되려면 특정형태를 발달시킬 수 있을 정도의 질서가 은하에 존재해야 한다. 은하의 원반 구조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 구성요소의 중력 불균형과 회전속도 차이로 중심부가 찌그러지면서 가운데에 막대 구조가 형성된다. 은하 내부가 안정을 찾으며 점차 복잡하고 정교한 막대 구조가 만들어진다. 은하의 막대 구조는 성숙한 은하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다. 막대 구조는 복잡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우주 생성 초기에는 막대나선은하와 같은 규칙 형 은하가 있을 수 없다. 실제 젊은 은하에서 막대 구조가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예외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2023년에는 빅뱅 이후 20억 년이 지난 초기 우주에서 우리 은하와 닮은 형태와 구조를 지닌 은하(ceers-2112)가 처음 발견됐다. 막대 모양이 존재하는 은하의 발견은 은하가 우리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질서를 잡았음을 시사한다. 은하 형성과 우주진화이론의 일부를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암흑 물질의 구성 비율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막대나선은하 속 막대 모양이 형성되는 속도에 암흑 물질의 중력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입자끼리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만으론 은하가 만들어지기 어려워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이 그 사이에서 중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2025년에도 우주가 생긴 지 26억 년이 지난 111억 년 전에 만들어진 ‘젊은’ 은하(J0107a)에서 안정된 막대 구조를 발견했다. 이 은하의 중심으로 주변은하보다 가스가 10∼100배 빠르게 흘러 들어갔다. 우주 초기에 은하들이 생각보다 빨리 복잡한 구조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주 초기 은하형성 이론을 다시 써야 할 수도 있다. 물론 은하 하나를 관측한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는 한계는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8914-2
우주에서 관측되는 ‘예외’는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표준’ 모델을 바꿀 상황은 아니라고 하지만 지속적으로 이상(anomaly)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학혁명의 전조인지, 패러다임 내에서 새로이 설명될 현상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그것이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