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에렉투스는 거의 2백만 년 전에 새로운 종으로 출현한 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아프리카를 떠났다. 호모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아시아에 진출한 첫 인류였다는 것이 기존 이론이다. 그러나 이들은 수십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로 진출했던 호모 사피엔스의 선조는 아니다. 상당한 기간 동안 그들은 여러 지역에 정착을 했고, 이들 초기의 호모 에렉투스는 아시아의 자바인(Java Man)과 베이징인, 유럽의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와 마지막으로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로 진화했다.
엄청나게 모험심이 강했던 호모 에렉투스는 숨이 막힐 정도의 속도로 지구전체에 퍼져나갔다. 2018년 필리핀에서 최소 70만 년 전부터 호모에렉투스 같은 호모종이 살았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필리핀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류 흔적은 약 6만7000년 전이었으니 호모종이 이곳에 발을 디딘 시점은 63만 년이나 앞당겨졌다. 당시 깊은 바다로 둘러싸인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은 모두 섬이었다. 호모에렉투스는 지금의 인도네시아까지 진출했다. 1891년 외젠 뒤부아(Marie Eugène François Thomas Dubois, 1858~1940)가 발견한 자바원인(Java Man)은 호모에렉투스(Homo erectus) 화석이다.
빙하기에는 지구상에 육지 빙하가 많았고 해수면도 낮았다. 하나의 육지로 연결된 인도네시아의 주요 섬과 인도차이나반도를 순다랜드(Sundaland)라고 부른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 섬, 태즈메이니아 섬도 하나로 연결된 대륙이었는데 이는 사훌(Sahul)이라고 불린다. 호모 에렉투스 화석은 사훌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나 순다랜드 곳곳에서 발견된다. 호모 에렉투스가 장거리 항해가 가능한 배를 만들 정도로 지능이 높지는 않았다는 증거다. 증거는 아직 없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과 마두라 섬 사이 마두라 해협(Madura Strait)에 잠겨 있는 순다랜드에서 14만 년 전 호모에렉투스의 두개골 조각 두 개와 36종의 척추동물 화석을 발굴했다. 당시에는 열대우림이 아니라 호모에렉투스가 원래 살았던 아프리카 사바나와 비슷했다. 아프리카 사바나처럼 동물도 많았다. 코끼리, 하마, 코뿔소, 악어는 물론 코모도왕도마뱀 같은 다양한 동물화석이 발견된다. 순다랜드의 호모에렉투스는 10만 년 전에 사라진다. 빙하기가 끝나고 바다가 상승해서 일부만 섬으로 남게 된 시기보다 더 빨리 사라졌다.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른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95023652500012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