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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0만 년 전후 지중해의 변화 문명을 만들다

5~600만 년 전후 지중해의 변화 문명을 만들다


2013년 번역 출간된 앤터니 페나(Anthony N. Penna, 1938~2024)의『인류의 발자국』은 지구상의 환경변화가 인간의 진화와 문명에 미친 영향을 다루고 있다. 그는 지중해로의 바닷물 유입이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막지역을 문명 중심지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기술했다. 지중해 유역의 그리스로마 문명은 지구환경변화의 산물이고 우리 인간의 문명도 지중해 대홍수의 영향 아래서 성취된 것이다. 어떤 대홍수가 있었을까?


메시나 절(Messinian period)은 마이오세(Miocene, 약 2303~533만 3천 년 전)의 마지막 시기로 724~533만 년 전까지이다. 메시나 절 염분위기(Messinian salinity crisis, 597~533만 년 전)는 메시나 절 기간 동안 지중해의 지브롤터 해협이 닫혀 호수가 된 사건이다. 당시 지중해는 대서양에서 분리되어 증발했고, 그로 인해 광대한 소금 퇴적물이 형성되어 이 지역의 지형이 바뀌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동안 지중해가 사막으로 변한 것은 지중해를 둘러싼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 판, 아라비아 판이 서로 충돌해 지브롤터 해협 부근이 융기했다는 가설과 빙하기로 전 지구 해수면이 낮아져 지중해가 고립되었다는 가설이 있었다.


2015년 후자를 지지하는 주장이 나왔다. 지중해가 대서양에서 분리돼 사막화 된 것은 남극해의 결빙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극바다에서 결빙이 일어나면서 바닷물이 부족해져 해수면이 낮아졌다. 바다의 염분이 감소함에 따라 바다는 쉽게 얼게 되었고 남극은 급격하게 얼음지대로 형성되었으며 날씨는 급격하게 추워졌다. 지중해가 다시 바다가 된 것은 그로부터 27만 년 후다. 지중해가 사막화 된 이후 남극해는 다시 해빙기를 맞아 해수면이 상승하며 지브롤터 해협을 통해 지중해로 흘러들어갔다.


2009년 연구에 의하면 지중해는 대서양의 물이 급격히 밀려들어 와 2년도 못 되는 사이에 채워졌다. 대홍수는 최장 수천 년간 지속된 소량의 해수 유입으로 시작되었다. 유입된 물의 90%는 짧게는 몇 달, 길어야 2년 사이에 채워진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연구는 대홍수설이다. 2009년 카디스 만(Cadiz Bay)에서 알보란 해(Alboran Sea)까지 뻗어 있는 침식 통로가 발견되었다. 시칠리아 남동부 주변의 대홍수로 인해 지중해가 다시 채워지면서 광활한 소금평원으로 존재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새로운 증거이다. 2년에서 16년 동안 지속된 잔클레인 대홍수(Zanclean megaflood)이다. 대홍수로 인한 방류량은 68~100 스베르드룹스(sverdrup, Sv. 초당 100만 입방 미터)에 달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3247-024-01972-w


이 대홍수가 2009년 연구의 대서양 물 유입인지 아닌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홍수로 엄청난 규모의 지중해가 채워졌다는 것은 의문이다. 설령 그렇게 엄청난 대홍수가 있었더라도 대서양과 지중해의 바다 수면이 높아지지 않으면 대홍수 물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바다와 지중해는 여전히 분리되어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빙하기와 간빙기라는 자연환경 변화가 지중해를 바꾸었고 그것이 인간의 삶을 결정적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역사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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