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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유래’로서의 자기장과 산소


대산화사건(Great Oxygenation/Oxidation Event, GOE)은 지구의 대기에 산소가 급격하게 증가한 사건을 말한다. 대략 24~25억 년 전 시작되었다. 지금까지는 지구에 산소가 아주 적다가 대산화사건 뒤 높게 지속하면서 다양한 생물이 출현한 것으로 보았다. 생태학에서는 서식가능 공간이 확대되거나 위축될 때 생물 다양성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제시돼 있다.


2022년 연구에 의하면 초기 생물이 출현하기 오래전부터 산소 수치가 오르내렸다. 현재 산소 수준의 1%에서 50% 사이에서 산소 수치가 오르내린 것으로 추정한다. 초기 생명이 출현한 약 10억 년 전부터 5억 년 전까지 산소 수치가 급격히 오르내리며 진화의 압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일부 생물이 멸종하고 새로운 생물이 등장하는 진화적 압력을 생성했을 것이다. 산소수치가 낮아지면 일부 생명체에 심각한 환경적 압력을 가해 멸종으로 이어지고 산소 함유량이 많은 수역이 확대되면 새로운 공간에서 생존한 종이 생태적 지배자가 된다. 바다의 첫 생물이 산소 수치가 급변하는 시기에 진화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생명체가 출현해 진화하고 번성하려면 환경변화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금의 온난화는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의 추진력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이 분기되어 새로운 종이 생기고 인간은 그 조상으로 남을 수도 있다. 새로운 종이 인간을 ‘고인류’로 분류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진화의 역사였다.


지구의 자기장은 유해한 태양풍 흐름을 굴절시키고 대기 중 산소 등이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자기장이 없으면 지구상 생명은 거의 멸종한다. 지구의 지각운동, 대륙형성과 이동, 산소 생성 과정 등이 자기장 형성을 유도했을 수 있다. 지구의 자기장 세기가 강해지면서 지구 산소농도가 높아지고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그러나 자기장이 지구를 생명체 거주 가능 행성으로 만든 것인지, 산소가 자기장 형성을 유도했는지, 또 다른 요인이 산소와 자기장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는 확실한 것은 아니다.


2024년 연구에 의하면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지구자기장과도 관련이 있다. 5억여 년경에는 지구 자기장은 현재나 2000만 년 전의 약 30분의1 수준으로 약했다. 지금까지 측정된 지구자기장의 강도 중에서 가장 약한 수준이다. 최소 5억 9100만 년에서 5억 6500만 년 전까지 이런 약한 자기장이 유지되었다. 이는 5억 7500만 년에서 5억 6500만 년 전에 발생한 산소 증가와 겹치는 시기이다. 자기장의 약화가 산소 증가로 이어져 초기의 복잡한 유기체 진화를 뒷받침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자기장이 약해지면서 지구 대기에 있던 수소들이 우주로 빠져나가 지구 대기와 바다에 산소가 많아져 생물의 종류가 증가하고 복잡성이 다양해졌을 수 있다. 자기장이 산소에 영향을 미치고 지구생명의 변화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우주는 인과의 고리이다. 그것도 너무 복잡한.


2025년 연구에 의하면 이후 산소와 지구자기장에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의 자기장 세기와 산소 농도가 지난 5억4000년 간 함께 증가한 것이다. 자기장이 산소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산소가 자기장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u8826


아무튼 지구자기장 강화와 산소증가는 지금의 생명이 탄생한 원인이다. 물론 수많은 인과관계가 얽힌 결과이다. 연기론으로 생각하던 신의 의지로 받아들이건 그건 신앙 또는 신념의 문제이다. 과학은 단지 인관관계를 밝히려고 시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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