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비소기반 생명 논문 철회와 학술지 논문 논란
보통 생명체는 공통적으로 DNA, 단백질, 지질과 같은 생체분자를 만들기 위해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등의 원소에 의존한다. 인은 DNA와 RNA의 골격 구조를 이루고 에너지 운반 분자인 아데노신삼인산(adenosine triphosphate, ATP)의 핵심 구성요소로서 필수적이라 여겨졌다.
2011년 생명의 6대 구성 원소 중 하나인 인(P) 대신에 비소(As)에 기반을 둔 미생물(박테리아)이 처음 발견됐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박테리아(GFAJ-1)는 비소 농도가 높은 미국의 호수에서 발견됐다. 인, 당, 염기로 이뤄진 DNA와 달리 인 대신 비소로 구성되었다. 생명의 정의를 바꿀 새로운 발견이자 외계 생명체 탐사에 중요한 증거라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 국내의 여러 학자들은 ‘극한 미생물’의 일종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번 발견이 생명의 정의를 바꿀 증거가 되려면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DNA와 단백질의 구성 성분에 비소가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비소가 든 DNA, RNA와 단백질이 생화학 기능을 정상 수행하는지 입증해야 한다. 복제가 되는지, 비소를 이용하는 효소가 있는지 등이 추가 입증돼야 한다.
논문 발표 이후 화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만약 비소가 DNA에 포함된다면 그 결합은 물속에서 1초도 안 돼 무너질 것이라는 게 화학자들의 주장이었다. 미생물학자들은 실제로는 연구에 사용된 액체에 아주 소량이지만 인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그 박테리아가 살아남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후속 연구들이 발표됐지만 누구도 비소 생명체를 재현하지 못했다. 비판이 거셌지만「사이언스」는 당시 논문을 철회하지 않았다. 연구 부정이나 사기 등 속임수가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5년 2월「뉴욕타임즈」가 기사를 보도하면서 논란이 다시 부상했다. 결국「사이언스」는 논문의 철회 문제를 다시 검토했고, 결론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논문을 철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연구부정 행위는 없었지만 핵심 결론이 실험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철회기준이 확대돼 데이터가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에도 철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1197258
한 사람을 제외한 논문 저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문 철회 기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데이터에 오류가 없고 해석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 철회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연구를 지원했던 미국 항공우주국 관계자도 “데이터와 결론 간의 불일치로 논문을 철회하겠다는 결정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이는 과학계의 기준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철회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과학계와 학술지에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학술 문헌 중에는 데이터와 결과가 완전히 연결되지 않은 논문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몇 년이 지나 잘못된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판단되는 모든 논문을 철회한다면, 적어도 과학 논문의 4분의 3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