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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인간의 미생물 생태계

나무와 인간의 미생물 생태계

지구상에는 약 3조 그루의 나무가 있다. 나무는 세계 최대의 바이오매스 저장고이며, 그 대부분이 연구한 적 없는 독특한 생태계를 품고 있다.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은 일종의 ‘나무들의 연결망’을 의미한다. 인간세상의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에 해당한다. 나무들은 땅 위에서는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땅 속에서는 나무뿌리와 토양 사이에 수백만 종의 곰팡이와 박테리아들과 네트워크를 이루어 영양분과 신호를 주고받는다.


그뿐이 아니다. 나무 한 그루에는 무려 1천억~1조 개에 달하는 미생물이 서식하며, 나무 종류나 부위별로 고유한 미생물 생태계를 갖고 있다. 이는 세포 20개당 미생물 1개꼴로, 인간 몸속의 수십조 개보다는 적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나무의 중심부인 심재(heartwood)와 외곽의 변재(sapwood)는 완전히 다른 미생물군집을 보유한다. 밀도가 높은 심재는 산소가 없어도 생존할 수 있는 혐기성 미생물이 지배적이었던 반면, 변재에는 산소를 필요로 하는 호기성 미생물이 더 많이 서식한다. 나무 종류에 따라서도 다르다. 단풍나무는 당분 분해에 특화된 미생물이 풍부하게 서식한다. 나무마다 고유한 미생물 공동체를 진화과정에서 함께 발달시켜 온 것이다. 서로 다른 미생물 공동체들이 나무 내부의 가스 농도를 변화시킨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미생물들이 단순히 나무에 기생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생리적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나무 미생물군집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316-0


인간의 장에도 엄청나게 많은 미생물이 산다. 인간의 세포는 100조 개이고 장내미생물이 1000조 개라는 주장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약 40조 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호모사피엔스라기보다도 호모 ‘박테리우스’이다. 인간은 자연계의 생물들과만 공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몸 안에서도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산다. 인간의 장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체중의 1~3%로 2kg 정도는 장내미생물이다. 무게는 얼마 안 되지만 수에서는 엄청나다. 대부분 대장이나 소장 등 소화기관에 집중돼 있다. 우리 몸에는 미생물의 유전자가 훨씬 많다. 인간과 생명계는 얽힌 생태이며 독립적인 개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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