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시간 공부하는 초등학생
인간이 하는 다양한 경험 중에는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이 중요하다. 이점에서 도시에서의 삶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 에릭 와이너(Eric Weiner)의 저서『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2018년 번역출간)는 천재적 업적이 탄생하게 되는 환경으로 ‘도시’를 강조한다. “한 아이를 길러내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면, 한 천재를 길러내는 데는 한 도시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소크라테스가 활동한 아테네, 남송(南宋, 1127~1279)의 도읍이었던 항저우, 예술을 꽃피운 14세기 피렌체, 스코틀랜드 르네상스의 중심지였던 에든버러, 1840~1920년 ‘벵골 르네상스’의 산실이 된 콜카타, 모차르트와 프로이트의 빈, 미래 과학기술 문명이 발화한 실리콘밸리가 그곳이다. 도시가 천재를 낳는 배경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문화로부터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은 이점에서 아주 좋은 환경이다. 더욱이 20세기 이후 세계가 지구촌으로 연결되면서 ‘지구’라는 도시가 탄생했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더없이 넓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이 아이들과 청소년이 학원으로만 ‘출근’한다면 ‘글로벌’ 도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현실은 놀랍다.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영어유치원 또는 영어학원에 다니며 심지어는 의대입학을 위한 학원까지 생기고 있다. 의대에 진학하는 쏠림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해외에서도 강하다. 대우도 좋고 우리나라 같이 경쟁이 치열하고 힘든 나라에서는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학원가에는 ‘초등학생 의대 준비반’까지 등장했다. 학원 경쟁률이 10대 1이 넘는다. 초등 6학년 아이도 늦었다고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초등 4학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공포 마케팅’이 가세했다. 일부 학원에선 유아 때부터 의대 준비를 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 결과 ‘7세 고시'와 ’초등 의대준비반' 같은 사교육 열풍 속에 2024년 초등학생만 유일하게 5년 전보다 학습 시간이 19분 증가했다. 초등학생 약 90%가 사교육을 받고, 하루 평균 5시간 이상씩 공부한다. 초등학생이 하루에 5시간 공부한다! 난 하루에 5시간 아니 하루 종일 놀았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