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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지 않은 고통스런 청소년기

우리나라 대학입시에는 4당5락(四當五落)이라는 ‘신화’가 있(었)다.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자는 네 시간, 여자는 다섯 시간, 그리고 바보는 여섯 시간을 잔다(Six hours' sleep for a man, seven for a woman, and eight for a fool.).”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이 한 말이다. 그는 하루에 세 시간 이상 자지 않고도 전쟁에서 승승장구 하였다고 한다. 에디슨(Thomas Edison)도 “잠은 원시사회에서 물려받은 인생의 범죄이자 사치이다(Sleep is a criminal waste of time, inherited from our cave days).”라고 말했다. 나폴레옹과 에디슨이 뇌 과학을 몰랐으니 비난은 하지 않겠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정규 수업 시간은 세계 1위이고, 사교육도 가장 많이 한다. 어릴 때부터 입시경쟁에 내몰리는 우리나라 청소년은 잠과 휴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016년도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학생은 7시간 정도, 고등학생은 5~6시간 잔다. 이는 조사에 의한 평균시간이고 많은 학생이 이보다 훨씬 잠을 못 잔다. 과학계에서 권고하고 있는 청소년 적정 수면시간은 8시간이다. ‘4당5락’과는 거리가 먼 기준이다. 2018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초중고생의 거의 80%가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절반은 하루에 운동을 1분도 못한다. 전체의 거의 80%가 수면 권장기준(초등생 9~12시간, 중고생 8~10시간)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운동시간 권장기준(전 연령대 하루 최소 1시간)을 충족하는 비율은 25.8%에 그쳤다. 하루 중 자유롭게 휴식하거나 노는 시간이 전혀 없는 아동도 24.2%에 달했다. 이들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아동은 0.9%에 그쳤다. 9%도 아니고 0.9%이다! 아이들은 놀 시간이 없으니 틈만 나면 방문 닫고 들어가서 핸드폰으로 게임이나 동영상을 본다. 결국 부모와 아이가 스마트폰과 게임을 두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놀 시간도 쉴 시간도 수면시간도 부족한 아이에게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는 어리석은 부모들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 만족도는 OECD 국가들 중 터키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청소년들이 불행한 사회는 미래가 없다. 청소년들이 불행한데 사회가 행복할 리가 없다. 핀란드의 유소년 교육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공부를 증오하게 만들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4당5락’을 믿으며 자식에게 강요한다. 이것이 얼마나 ‘신화’이며 ‘미신’인지, 그리고 터무니없이 비과학적인지를 이글을 읽는 독자는 얼마나 아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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