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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로 보는 사회성과 지능의 관련성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기원전 384~322)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조상이 사회적 동물이었기 때문에 머리가 좋아지고 자신이 그렇게 말하게 되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능이 좋아졌다는 주장(사회적 지능가설. Social Brain Hypothesis)은 1970년대부터 나왔다. 원숭이와 유인원이 신체 크기에 비해 큰 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뇌 가설이 등장한 것이다. 영장류가 큰 뇌를 가진 것은 복잡한 사회생활 때문이라는 의견을 제기하였고 사회적 무리의 평균 크기와 뇌 크기의 상관관계가 밝혀졌다.


이와 같은 사회생활과 지능의 상관관계는 인간과 영장류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에 의해서도 관찰된다. 까마귀는 도구를 사용하여 사냥할 정도로 지능이 높다. 까마귀의 뇌는 체중의 2%까지 차지한다. 이는 인간의 2.5%와 비슷한 수치다.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에 사는 까마귀는 가는 나무 가지로 구멍에 찔러 넣어 애벌레를 잡아먹는다. 애벌레가 잘 낚이지 않으면 나뭇가지를 휘어 고리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지능이 높은 까마귀는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다. 까마귀 새끼는 더디게 자라며 뇌가 발달된다. 까마귀가 부화해 둥지에 있는 시간은 평균 29일로, 다른 새들의 평균 16일보다 두 배에 가깝다. 둥지를 떠나서도 까마귀는 거의 1년간 어미와 의지해서 산다. 다른 새의 평균 3개월 정도보다 3배 이상이다. 일부 까마귀는 가족을 이루어 살면서 어미들이 새끼들을 ‘현장학습’에 데려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보여주며 보고배우도록 한다. 어미는 새끼가 반복 학습을 통해 도구 사용법을 터득하도록 곁에서 기다린다. 둥지를 떠나서도 최대 4년까지 부모 곁에서 먹이를 받아먹으며 배운다. 사람으로 치면 스무 살까지 부모 신세를 지는 셈이다. 까마귀 과의 81%가 직접 낳은 새끼는 물론 동료 가족을 포함하는 대가족생활을 한다. 다른 새의 가족생활 비율은 48%에 그쳤다. 어미 곁에서 생존 기술을 배운 새들은 수명도 평균 18년 정도로 다른 새의 10년보다 훨씬 길었다. 집단생활이 높은 지능과 관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회생활과 뇌 발달의 관계성은 포유류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6000만년 동안 이루어진 포유류 뇌의 진화를 보면 원숭이가 가장 빠르게 성장했고 말, 돌고래, 낙타, 개가 그 뒤를 이었다. 고양이나 사슴, 코뿔소 같은 포유류는 같은 기간 뇌가 훨씬 느리게 성장했다. 포유류는 종마다 뇌 크기가 똑같이 진화하지 않았는데 그 원인은 사회성으로 설명된다. 뇌 성장 속도가 빠른 종이 안정된 사회 집단을 이루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이루며 사회적 관계를 가진 동물의 지능이 높은 것은 직관적으로도 타당해 보인다.


포유류 중에서 바다에 사는 고래의 지능도 사회성과 관련된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고래의 뇌 크기는 이들이 살아가는 사회적 복잡성에 따라 다르다. 몸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뇌 크기가 클수록 보다 복잡한 사회구조를 이루고 산다. 뇌가 큰 고래종일수록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경향이 강하고 뇌가 작은 종들은 비교적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 향유고래는 집단생활을 하면서 함께 사냥하고, 공통의 ‘언어’를 배우고, 집단에서 공동으로 새끼를 돌본다. 돌고래에게는 의식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돌고래들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한다는 연구가 나왔기 때문이다. 거울을 보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의식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후 돌고래도 생각을 하며,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며,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그래서 2010년에는 <사이언스>에 ‘돌고래를 인격체로 볼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이 소개되기도 했다. 돌고래논쟁은 철학 계에서도 나타났다. 돌고래는 사람이 아니지만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고래가 지능이 높고 ‘자아’ 의식도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돌고래 쇼에 대한 비난이 나왔다. 2013년 인도 정부는 돌고래, 범고래 등 고래목 동물이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명과 자유의 권리를 존중받아야 하는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으며, 돌고래를 사육하고 쇼를 시키는 수족관 등을 모두 폐쇄하라는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범고래의 사회생활은 특별하다. 킬러 고래(killer whale)로도 불리는 범고래는 돌고랫과에서 가장 큰 종이다. 물고기와 바다표범뿐만 아니라 다른 돌고래 종까지도 사냥한다. 이들은 백상아리와 같은 대형 상어까지 먹이로 삼는다. 범고래는 지능이 높고 사회적이어서 무리 안에서는 몸집에 따라 먹이를 추적하거나 도살하는 역할이 다르다. 범고래는 사람처럼 또래나 동성끼리 친하게 지내는 등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사회 구조를 갖는다. 또한 사람처럼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유대가 감소한다. 젊은 개체들이나 암컷들이 무리 안에서 중심적으로 사회적 역할을 한다. 사람을 비롯한 많은 동물 종에서 신체 접촉은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진정 및 스트레스 완화 활동이다. 범고래가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와의 사회적 유대 형성과 사회생활사에 흥미로운 유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full/10.1098/rspb.2021.0617


진화과정에서 뇌의 발달은 영장류나 유인원에서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다른 포유류에서는 느리게 진행되었다. 이는 뇌와 지능의 발달이 공동체생활과 관련이 있음을 방증한다. 또한 사회적 무리의 평균 크기와 뇌 크기의 상관관계도 밝혀지면서 사회적 뇌 가설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집단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신 피질이 크고 지능도 좋다. 공동체 또는 집단의 크기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집단 크기’는 종마다 다르다. 이러한 친구관계 집단의 크기는 뇌와 신 피질과의 비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침팬지는 보통 50~80마리 정도까지 동료 관계를 이룰 수 있지만 인간은 최대 500명까지 관계를 가질 수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개와 고양이를 보면 사회성이 지능과 관련된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개는 아주 사교적이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언뜻 보아도 개가 더 똑똑해 보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사교성은 지능과도 관련이 있다. 6000만년에 걸쳐 포유동물 500여종의 뇌 진화의 역사를 보아도 머리가 상대적으로 큰 포유동물은 사회적 그룹을 형성하며 사는 경향이 있다. 반면 혼자 지내는 고양이나 사슴, 코뿔소 같은 포유동물은 같은 기간에 뇌가 훨씬 늦게 커졌다. 인간은 원숭이나 유인원보다 더 사교적이다. 고도로 사회화된 종들이 혼자 있기 좋아하는 종들에 비해 뇌가 더 급속히 진화해왔다. 그 결과 인간은 커다란 사회와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인간도 집단을 이루고 사회생활을 하며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뇌가 커졌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면 머리를 써야한다. 때로는 도와주고 동맹을 맺기도 하고 때로는 속이고 기만전술도 쓴다. 1988년 인류학자 리처드 바이른(Richard W. Byrne)과 앤드류 휘튼(Andrew Whiten)은 이를 마키아벨리 지능(Machiavellian intelligence)이라고 불렀으며 거짓말이 능숙할수록 진화된 종이며 뇌의 신 피질 크기에 정비례한다는 주장도 제기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세계에서 지능이 가장 좋은 국민이라고 한다. 물론 통계수치에 논란이 많지만 그래서 그런지 사기 사건이 전 세계에서 1위라는 언론 보도도 많다.


참고로 우리나라 사회의 법 감정을 간단하게 짚고 간다. 우리 사회는 법대로 살면 손해 본다는 통념이 있고 사기성을 발휘하여 잘 사는 사람도 꽤 많다. 과연 좋은 머리로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잘 살까? 토머스 스탠리(Thomas J. Stanley)의 저서『백만장자 마인드』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쓴 책이다. 미국 부자들의 학업성적은 일류대에 입학할 만큼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공부 잘하는 머리와 돈 버는 머리는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성적과 무관하게 성공한 부자들이 답한 비결이다. 가장 많은 65%의 지지를 받은 대답은 ‘모든 사람에게 정직하다.’는 것이었다. 성공의 강력한 무기는 학교 성적이나 출신 대학이 아니라 진실성이라고 하니 약간 믿기지 않는다. 그런데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신뢰는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과 거래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실성은 더 고도의 지능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관찰실험을 보면 지능이 좋고 학습능력이 좋은 아이들은 대체로 정직하고 성실해 보인다.


최초의 인간 조상들도 사회생활로 인한 지능발달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수백만 년 전 고대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두개골을 침팬지와 비교해보면 뇌의 형태는 비슷하다. 그러나 침팬지는 나이가 들어도 뇌 크기에 큰 변동이 없지만 고대 인류는 나이에 따라 뇌의 크기가 달랐다. 수백만 년 전 고대 인간의 아이는 태어난 후 뇌가 서서히 발달했다. 오랜 기간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뇌의 신경세포 수준에서도 인간과 침팬지는 다르다. 인간과 침팬지의 신경세포를 생쥐 뇌에 주입한 후 2주가 지나자 침팬지의 신경세포가 인간세포보다 76% 더 넓게 퍼졌다. 하지만 침팬지의 신경세포는 빨리 자라고 곧 성장을 멈췄지만, 인간 신경세포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인간의 신경세포가 서서히 발달하는 것은 교육이라는 면에서 중요하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뇌와 신경세포가 천천히 일정한 단계를 거쳐 성장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그 성장단계에 따른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7세 이전에는 언어관련 뇌가 아직은 발달하지 않는다. 언어교육은 7세 이후에 효과적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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