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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년 전 동굴벽화는 자연재앙의 산물

4만 년 전 동굴벽화는 자연재앙의 산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라스코 동굴 벽화나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처럼 그림은 유럽에서 주로 발견되었다. 1990년대 이후 동남아시아와 호주지에서도 비슷한 시기나 더 오래된 동굴 벽화가 발견되었다.


2018년 인도네시아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구상 작품이 발견됐다는 연구가 나왔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등에 있는 석회암 동굴에서 수천 개에 이르는 벽화작품을 발견하고 연대 측정을 한 결과 기원전 5만~3만 8천 년경에 그려진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동굴 예술의 기원과 중심이 유럽으로만 알려졌었지만 이번 발견으로 아시아도 유럽과 비슷하거나 좀 더 빨리 독자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도 북부지역의 구석기 시대의 사람들은 다른 지역과 같이 수렵과 채집생활을 하고 동굴에서 살았고 동굴벽화에는 사냥과 동물의 다산을 기원하는 것으로 보이는 주술적 의미의 그림들이 발견된다. 인도 뉴델리에서 남쪽으로 8백 킬로미터 떨어진 반다르 지역의 굴에서 기원전 약 3만8천 년경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사냥하는 모습을 묘사한 구석기 시대의 벽화가 발굴되었다.


2024년에도 새로운 연대 측정 방식을 사용해 측정한 결과 가장 오래된 벽화가 바뀌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기원전 4만1900년경의 것으로 가장 오래된 벽화 인도네시아 마로스-팡켑(Maros-Pangkep)의 ‘사냥 장면’ 벽화를 새로운 방법으로 측정한 결과 기원전 4만6000년경으로 확인됐다. 또 같은 마로스-팡켑의 랑 카람퐝(Leang Karampuan) 지역에 벽화의 연대를 분석한 결과 최소 5만1200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 기록이 깨진 것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동굴벽화가 나타나는 것은 당시 인류의 지적 능력과 미적 감각이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다른 요인일 수 있다는 연구가 2025년 나왔다.


기원전 3만9000년경 지구 자기장이 90%나 감소하며 자외선이 폭우처럼 쏟아졌다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자기장 감소는 약 2000년간이나 지속됐다. 이르 ‘라샹 사건(Laschamps event)’이라고 부른다. 이로 인하여 태양풍이 대기로 많이 들어와 오존층을 파괴하는 화학물질을 다량 만들었다. 고도 20~30㎞에서 지구를 감싸고 있는 오존층은 태양에서 날아드는 자외선의 95% 이상을 흡수한다. 지구 자기장은 대기나 지표면에 태양풍이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방파제인 셈이다. 이로 인하여 피부화상과 암 발생, 시력손상, 면역기능 저하 등이 유발됐을 것이다. 이로 인하여 인간은 ‘동굴’로 피신했다. 동굴 예술이 늘어난 시점과 거의 동일한 시기이다. 야외에 나갈 때에도 피부에 황토를 발랐던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곳곳에서 ‘황토 광산’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황토 바르기’가 효과적인 자외선 차단법이라는 점을 깨달았고, 이후 황토를 안정적으로 얻을 공간을 개발했다. 지구 자기장이 약해지는 일은 자연현상이며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q7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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